나의 이야기

겨울밤 이야기

운우(雲雨) 2016. 12. 25. 23:07

겨울밤 이야기

 

 

동지가 지났다.

낮과 밤의 길이 중 밤이 가장 긴 밤이 동지이다.

이렇게 긴 겨울 밤이면 어머니의 친구들인 동네 사람

들이 마실을 와서 그 날 있었던 이야기의 꽃을 피운다.

이야기를 하다 입이 심심하면 집 앞 텃밭에 묻어 놓

구덩이에서 썰매 송곳으로 찍어서 무우를 꺼내다

깎아서 썩썩 썰어서 여럿이 빙 둘러 앉아 먹으면 무

우의 단맛이 시원함을 느끼게 하곤 했었다.

보통 무우라고 하면 별 맛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구

덩이에 묻어 놓은 겨울 무우는 단맛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맛이 제법 있었다.

행여 눈이 내려 구덩이에 눈이 쌓여 있어도 눈을 치

우고 구덩이를 막아 놓은 집단을 빼내고 썰매 송곳으

로 무우를 찍어서 꺼내면 되었다.

또 때로는 동치미 국물이라든가 아니면 고구마를 깎

아 먹으면 겨울 고구마는 수분이 말라서 달았다.

그렇게 옛날 어른들은 놀이 문화가 전혀 없던 시절이

지만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그런 먹거리를 먹으며 이

야기의 꽃을 피우며 지혜롭게 지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기에 그런

고구마나 무우, 동치미 같은 먹거리를 좋다고 먹는 사

람들은 찾아 보기 힘들 것이다.

허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마실을 와서 이야기의 꽃을

피우는 그런 광경은 지금 시대에는 보기 조차 힘든 일

이다.

이렇게 긴긴 겨울 밤이면 동네 사람들이 마실 와서 함

께 이야기 하며 먹었던 무우, 고구마, 동치미를 한번쯤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유난히도 밤이 긴 것 같아 옛 생각을 해보며 이

긴긴 밤에 옛 것을 먹는 상상이라도 해봐야 되겠다.

오늘이 성탄절 밤이니 더 고적한 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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