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먹먹했던 날
추석날이다.
먹고 있던 건강식품의 덕인지 호전반응이라고도 하고 명현현상이라고도
하는데 몸이 마치 몸살이 온 것처럼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천근만근이다.
온 세상이 추석이라고 헤어져 있던 가족, 형제자매들이 만나 즐겁게 행복
을 나누고 있을 시간에 나는 골방에서 혼자 끙끙 앓고 있으니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형제들도 전화 한통 없고 아이들도 소식 하나 없다.
이런 게 인간의 삶인가 보다. 키울 때는 정성들여 키우니 아이들은 저 혼자
큰 줄 알고 부모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마음이 먹먹해 있는데 휴대폰의 벨이 울린다. 나는 누구라는 기대도 하지
않은 채 휴대폰을 든다.
그리고 휴대폰의 스위치를 누른다.
“추석인데 뭐해요? 아침은 먹었어요?”
잘 아는 친구다.
“아침은 진즉에 먹었지?“
“애들은 왔어요?”
그 말에는 대답할 말이 없어 막혀 버린다.
사실 지금 것 전화라도 기다렸는데 애비라고 찾아오는 녀석은 고사하고 전화
한통도 없다.
사실 얼마 전 내 생일이 지나갔다.
행여 애들이라도 애비 생일이라고 찾아올까 기다렸지만 찾아온다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전화 한통도 없었다.
애들이 어릴 때 집 나가는 것을 밥 먹듯 하던 아내였지만 성장한 아이들은 그걸
전혀 모른다.
그러니 아내와 이혼을 할 때 나와 함께 살겠다며 쫓아 나오는 아이들은 한명도 없었다.
소설을 쓰는 나로서는 아이들이 한명도 쫓아오지 않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소설을 쓰는데 집중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허나 나도 사람이다 보니 명절이라든가 추석 같은 때는 아이들이 전혀 오지를 않으니
쓸쓸함을 느끼는 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시대는 황혼 부부의 이혼율이 많고 핵가족 시대이다 보니 각자 독립해 살기를
원하는 시대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저번에 내가 잘 아는 지인이 나의 원룸을 다녀간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내가 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로망을 보는 것 같다며 부럽다는 것이었다.
사람이 어떤 사물을 보며 느끼는 것이 다 다르듯이 사람이 사는 모습도 아옹다옹 싸우
며 함께 모여 사는 것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혼자 조용히 나처럼 사는 것도 좋아 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왁자지껄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명절과 같은 때에는 자식들과 모여서 지난 이야기도 하며 오순도순 지내는 것
또한 나의 로망인지 모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추석 혼자 외로움을 곱씹으며 보내고 있을 때 친구의
전화를 받은 것이었다.
“너무 외로워하지 마, 자식들 다 품안에 자식이야. 대가리 크면 저 혼자 큰 줄 알고
저희들 멋대로야. 나도 아이가 45살이 넘으니 이제야 에미 생각 좀 하는 것 같던걸.”
아침 일찍 친구의 전화를 받고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인생이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인데 쓸쓸할 것도 또 슬플 것은 더더욱 없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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