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 위하여
지난 주였다.
영등포에 사는 선배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만나서 저녁이나 한 끼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를 만난 본 지도 꽤나 오래 되어서 나 또한 만나고
싶던 참이었다.
마침 친구가 상계 백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문병을 갔다가
노원역쯤에서 만나기로 했다.
병문안을 마치고 나오니 성질이 급한 선배가 백병원 입구
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서 노원역 쪽으로 몇 발짝을 걸으니 비가 쏟아진다.
선배가 하는 말
“자네도 이제는 예전과 같이 못 뛰겠지?”
하는 것이다.
“아니요? 아주 잘 뛰고 있습니다.”
“그래? 난 지금 이친구와 오면서 자네도 마라톤 이제 끝났지
하면서 왔거든, 그러면 우리 뛰어서 횟집까지 갈볼까?”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지요.”
우리는 마구 뛰기 시작했다.
비는 사정없이 내리고 비를 맞으며 선배와 나는 온몸에 비를
맞으며 뛰었다.
횟집에 도착을 하니 머리는 모두 젖어 있었고 옷도 마찬가지로
축축하다.
종업원이 주는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며 선배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자네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래도 뛴다하여 절룩거리며 간신히
뛰는 줄 알았는데 그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 역시 대단하고
지독한 인사야.”
이제 뇌경색이라는 병으로 쓰러진지도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내가 재활을 위하여 흘린 땀은 얼마인지도 모른다.
매일을 겨울이고 여름이고 할 것 없이 똑같은 량의 땀을 흘렸으니
말이다.
운동을 마치고 웃옷을 벗어 짜면 빨래의 물이 나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올해는 5월에 대회에 출전을 했다.
전에 비해 아주 짧은 코스에 도전을 했지만 그래도 자주 출전을
하지 않아 그런지 마음이 설레었다.
출발선에 서니 나보다 10년은 아래인 후배가 함께 뛰게 되었다.
원래 예전엔 나에 상대가 되지를 않았던 후배인데 이제는 입장이
바뀐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내가 큰 병을 앓았다 하더라도,
“썪어도 준치다. 저 친구에게는 절대 지지 않으리라.”
는 다짐을 하고 출발을 했다.
아무래도 마비가 왔던 다리가 무거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나에게 지지 않겠다는 그런 오기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처럼
일어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길을 걷다가도 달리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하염없이 쳐다보며
부러움에 속으로 눈물짓던 나다.
그러면서 주위의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때에도 비웃기라도 하듯 절룩
거리며 뛰었다.
땀을 흘리며 몸이 더워지니 마비 현상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럴수록 더 빨리 달린다.
그때마다 마비 현상은 빠른 속도로 풀려갔다.
그날 대회에서 나는 그 후배를 따돌리고 앞서 들어왔다.
나이도 10여년은 아래에다 그 후배는 건강한 몸이다.
그런 친구를 나는 기어이 이기고야 만 것이다.
그 친구도 나를 의식하고 아마 속으로 병신에게는 지지 않으리라, 하며
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나였다.
이제 금년에 마지막으로 하이 서울 마라톤대회를 뛰려 한다.
순위는 관계가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해 완주하는 것이 목표일뿐이다.
이번엔 장애인복지관에서 3명이 더 나갈 것이다.
그들에게도 나와 같은 기적을 이루기 위하여 힘이 다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라 했다.
나는 그들과 함께 계속해 쉼 없이 뛸 것이다.
또 다른 기적을 만들기 위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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