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어느 여름날의 오후

운우(雲雨) 2011. 6. 21. 23:41


그제부터 오늘까지 가만히 있어도 찜통더위라고 말할 정도로 푹푹 찌는 날씨다.

오늘까지 3일을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 의하면 이번 더위로 인하여 사망자가 나왔다 하니 덥기는 많이 더운가보다.

나는 70 ~ 80년대에 건설회사에 다닐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다녀와서

그런지 이 정도의 더위에는 그리 더운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기에 눈도 까딱 않는다.

오후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즈음에 런닝을 위하여 거리로 나를 내 몰았다.

이글거리며 타는 듯 한낮의 태양은 사정없이 아스팔트를 달구어 놓았다.

하늘에서 내려 쬐이는 태양 볕도 뜨겁지만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도 만만치는

않다.

그 거리를 달려 보는 것이다.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과 함께 출발을 했지만 한 낮의 태양은 과연 뜨겁긴 뜨거웠다.

그러나 사람이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신의 의지력의 문제란 생각으로 뙤약볕 길을 달린다.

그늘이 없는 길에서는 뜨거움을 느꼈지만 나무 숲길로 접어드니 시원하다.

주변엔 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지만 한편엔 작은 꽃이지만 핑크색의 싸리

꽃이 생긴 것처럼 단단하게 좁쌀 같은 모양에서 대단한 향기를 발산한다.

작은 꽃이라고 깔볼 일이 아니다.

나비와 벌이 연실 앉았다 날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면 그들에게는 꽤 괜찮은 꽃인가

보다.

그늘을 달리고 있지만 땀은 이미 입고 있는 티셔츠를 모두 적셔 흐르기 시작한다.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리라.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려왔다.

뻐꾸기 소리를 멀리서 들려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가까운 거리

에서 들어 보기는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다.

문득 여름날의 고향마을이 떠오름은 왜일까?

그래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파란 하늘에 구름은 별로 없어 실망스러웠는데 남쪽 하늘에 뭉게구름이 층층으로

아름답게 형성이 되어있다.

위에 있는 구름은 정말 새하얀 뭉게구름이고 그 밑에는 약간 여린 회색 뭉게구름이

더 있었다.

작은 구름 한 점에서도 고향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또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발걸음은 탄력을 받아 더 가벼워지고 목적지가 가까워 옴을 느끼며 옥수수 밭길을

달린다.

두레를 놀 때의 기에 꼬친 꿩의 꼬리 깃처럼 옥수수의 꽃이 그렇게 보인다.

그 밑에는 층계별로 옥수수가 주렁주렁 핑크색의 수염을 달고 열려 있다.

또한 강낭콩의 넝쿨이 길게 올라가며 예쁜 분홍색의 꽃을 피워가고 있고 제법 키가

커진 고추나무에도 하얀 꽃이 피어있다.

뚝 에는 호박 넝쿨이 덥고 있었는데 더위에 잎 새가 시들해져 축 늘어져 있다.

덩달아 호박꽃도 더위를 먹어서 그런지 입을 다물고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다.

여름 날 오후는 이렇게 가고 있었다.

내가 달리며 보는 전원의 모습은 모두가 더위에 지쳐 기진맥진해 있었던 것이다.

여름날의 오후 미친 듯이 뛰는 나를 보며 생명이 있는 그들은 뭐라고 했을까?

아마 이 더위에 뛴다고 미친놈이라고 하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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