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수필> 개 망초와 빗속 질주

운우(雲雨) 2011. 6. 21. 23:39

개 망초와 빗속의 질주


밤이 깊어 간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더니 밤이 되며 계속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4일간 운동을 통 못했다.

왠지 운동을 못한 날은 마음이 불안해져 안정이 안 된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운동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체육관에 나가서 운동을 하면 된다.

그러나 오늘은 체육관에 나가서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그냥 도로를 뛰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운동복을 입고 나와서 몇 발짝을 뛰니 비가 내린다.

잣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으려니 비가 그칠 기색이 보이질 않는다.

“예라 모르겠다.”

하고 밖을 뛰어나와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달려 본다.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고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다.

마음에 오기가 생긴다.

인적이 없는 길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마을이 있던 곳인데 개발로 인하여 집들이 헐려 썰렁한 길이다.

여기저기 집을 헐은 흔적들이 널려 있고 그 집터였던 곳에는 무성한 풀이 자라나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고향무정>이 머리에서 떠오르며 그 노랫말이 생각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전에 길이 있어 끝까지 달려 본다는 생각으로 달려보니 전에 있던 길은 없어지고 왼쪽으로 길이 나있다.

냅다 그쪽 길로 방향을 바꾸어 달려본다.

비는 억수로 내리고 생소한 길을 달려보는 마음은 그 길 자체가 신비롭기만 하다.

숲으로 둘러싸인 길이었는데 자연과 조화를 이룬 길이 처음이지만 마음에 정을 들게 한다.

도로에 빗물이 너무 많이 고여 요리조리 피하며 달리는 재미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길이 더 이상 나에게 용납을 하지 않는다.

길이 막혀 더 이산 전진을 할 데가 없는 것이다.

뒤를 돌아서 오는 발걸음이 무거움을 느끼게 했지만 주변의 경관에 취하다 보니 그런 마음은 곧 사라지고 말았다.

달리면서 보니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제법 아름다운 향기도 발한다.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망초 꽃이다.

어느 이는 그 꽃을 개 망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 꽃의 원산지는 미국이라고 한다.

옛날 우리가 못살던 시절 미국에서 들어오는 잉여 농산물에 묻어 들어온 씨앗이 퍼져서 온통 산과 들을 개 망초의 천지로 만들고 있다.

그 식물은 생명력도 질겨서 아무 곳이고 씨만 떨어지면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다.

달리며 개 망초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비록 화려하지 않은 꽃이지만 한군데서 군락을 이루니 어여뻐 보였고 비록 잡초라 하지만 질긴 생명력만큼은 인간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요즘 석유 파동으로 너도나도 모두 어렵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생명을 연명해 가는 개 망초를 본받는다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달려보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 잡초를 보며 슬기로운 생각도 해본 즐거운 빗속의 질주였다.

출처 : 석탑문학회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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