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수필> 꼬부랑 할머니를 보고...

운우(雲雨) 2011. 6. 21. 23:38

꼬부랑 할머니를 보고...


오늘 청계천엘 다녀왔다.

하늘도 말고 여름다운 흰 구름이 흐르는 하늘가도 아름다웠다.

날씨도 맑았지만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기온도 그리 덥지가 않았다.

밖에 나들이하기엔 최적의 날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계천은 햇빛을 받아 물이 볕에 반사되어 반짝 빤짝 빛나고 폭포의

하얀 거품을 만들며 힘차게 내려가는 모습이 가슴 속까지 시원함을

느끼게 하여준다.

이제 청계천의 모습은 몇 달 전의 모습과는 달리 봄의 때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여름의 옷을 입고 있었다.

담쟁이 넝쿨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에서부터 모든 수목이 이젠

몸에 맞는 정장을 입은

사람처럼 어색해 보이질 않는다.

이렇게 정오의 청계천 모습은 햇볕 속에 시원함을 뿜어내며 흐르고 있었다.

청계천을 빠져나와 천천히 길을 걷는데 허리를 직각으로 꾸부린 할머니가

간신히 자신의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힘든 걸음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꼬부랑 할머니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문득 옛 시인이 쓴 시조 한수가 떠올랐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

늘기도 설 워라 거든 짐을 조차지실까.“


이 시가 제대로 써졌는지는 나도 확인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 노인을 보며 떠올라 써 본 글이다.

그 할머니도 한 때는 정정한 몸으로 젊음을 누렸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건강관리를 잘 못했던지 아니면 너무 열심히

살다보니 미쳐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했던지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마 그 할머니 나이 정도라면 후자가 맞을 것이란 생각이다.

일설에 의하면 허리가 굽는 것은 골다공증의 일환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허긴 내가 의학적인 전문 지식이 없기에 정확히 거기까진 모르겠지만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살다보니 그랬을 거란 짐작은 가는 것 같다.

내 친구 중에 그 어머니가 그렇다.

남편이 병으로 죽고 자식 다섯을 교육시키며 키우려니 허리가 휠 정도로

살았던 것이다.

지금은 몸이 너무 나빠져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그분의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이 자식들의 잘됨이겠지만 몸에 걸친 훈장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몸을 제대로 못쓰게 된 것이리라.

오늘 청계천에 나가 어느 꼬부랑 할머니를 보며 친구의 어머니가 생각이나

한번 글을 써 보았다.

빨리 친구의 어머니가 완쾌 되어 옛날과 같이 정정한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그 바람은 나의 바람으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서러운지도

모르겠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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