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이천 문사원에서의 하루

운우(雲雨) 2011. 6. 21. 23:38

이천 문사원에서의 하루


요즘은 장마철이라 그런지 날씨를 종잡을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햇빛이 난 듯하다.

회색 구름이 저변에 깔려 있긴 하지만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일기예보는 저녁에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모른다는 생각에 방수 등산복 상의를 걸치고 나갔다.

회룡역에서 전철을 타고 동묘 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신당역에

내리니 10시 내외였다.

올라오다 전화를 하니 장만숙 시인도 지하철 신당역에서 하차중이라

한다.

천천히 3번 출구로 나오고 있는데 오남희 시인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오시인과 계단 끝에서 장 시인을 기다리니 곧 바로 계단을 올라온다.

모임의 장소에 도착을 하니 예정 시간보다는 40여분 정도 일찍 도착을

하였다.

버스 안에는 거의 도착한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반갑게 인사들을 나누고 예정 시간보다 약 20여분 늦게 이천의 문사원을

향해 출발을 하였다.

서울 시계를 지나 이천 톨게이트를 빠져 나갈 때도 괜찮았는데 도드람산

쯤에 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한다.

마음속에 오늘의 모임이 낭패가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도로 옆에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화사하게 피어

이천을 찾은 문인들을 반기어준다.

아마 글을 쓰는 사람들이기에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예쁘게 표현해 달라고

일찍 피어 우리를 환영을 하는가 보다.

산과 산에는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이보리 색깔의 밤나무 꽃이 피어 있고

들판에는 하얀 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흰 눈밭을 연상케 한다.

좁은 들판 길을 지나 문사원에 도착을 하니 구름 속에 해가 방긋이 웃으며

얼굴을 내민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이제 비는 올 것 같지가 않다.

사람들은 채수영 교수가 준비한 자리에 앉기 바빴지만 나는 울타리 밖으로

보이는 수수밭의 푸르름이 너무 좋아 그 곳을 향하여 발길을 떼어본다.

좀 전에 비가와 잎 새에 물이 있어 신발과 옷에 물이 젖어 왔지만 개의치

않고 그곳을 걸어 본다.

그 밭에는 수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감자도 심어져 있었고 자두나무에는 푸른 자두가 익지 않은 채 달려 있기도

했다.

그러나 내 눈의 시선이 머문 곳은 빨갛게 다닥다닥 붙은 보리수 열매가 달려

있는 나무였다.

몇 년 전 양평에서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시큼하기도 하고 달콤하기도 한 보리수 열매를 잔뜩 따온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없었지만 비닐 봉투에 빨간 보리수 열매를 따 담는다.

열매의 촉감이 참 좋다는 느낌이다.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모든 문인들과 나눠 먹으며 오는 길이 매우 유쾌하다.

즐거웠던 하루라는 생각이 나의 가슴에 새겨진 하루였다.

출처 : 석탑문학회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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