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여행
지난번 정선을 갔을 때 동강을 들렸었다.
동강은 그래도 다른 곳과는 달리 그리 많이 변하진 않은 것 같다.
물은 그리 많지는 않았으나 산 바위가 있는 쪽으로는 제법 깊은 물과 더불어 초록 빛깔을 내며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동강 가까이 이르러 동강의 물로 손을 담구기도 하고 씻어 보기도 했다.
건너편 수심이 깊은 쪽에서는 강태공이 땡볕 속에 파라솔을 바쳐놓고 낚시질을 한가롭게 하고 있다.
나는 넓게 깔려 있는 동강의 자갈밭을 거닌다.
땡볕 속에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강변을 거니는 나그네의 얼굴을 어루만져 땀을 식혀주고 간다.
집을 떠나 멀리와 넓은 강변을 거니는 마음에 외로움이 몰려온다.
아니 외로움이라기보다는 호젓함이라고 말하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다.
누구와 함께 하면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어느 곳을 가든 자의로 행동 한다 기 보다는 늘 함께 상의 하여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의 여행은 어디를 가든 나 혼자만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과 외로움의 고독감도 없지 않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렵게 생각 말고 한번쯤은 배낭을 메고 용감히 혼자 여행을 떠나보라.
그러면 그곳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나의 일부분을 발견하고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이란 원래 여럿이 가서 즐기고 놀고 떠들다 오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혼자만의 여행을 통해 전혀 모르는 색다른 곳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여럿이 간 여행은 다녀와서도 크게 머리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물론 함께 떠들고 즐겼던 것이 나쁘고 유익치 않았단 얘기가 아니다.
다만 여럿이 가다보면 여행의 깊은 맛을 잊고 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본문으로 돌아가 이야기 하고자 한다.
넓은 동강에는 모래보다는 깔려있는 돌이 더 많다.
그곳에 돌들은 많은 세월을 바람에 깎이고 물에 씻기어 동글동글한 아름다운 조약돌이 되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바람에 부딪쳐 더 많이 깎였고 비가 많이 와 폭우를 이룰 때는 붙어 있던 살쩜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을 더 느꼈을 것이다.
동강의 조약돌은 아름답다.
원래 돌에 배여 있는 색깔이 반들반들하게 깎이면서 원래의 속에 있는 무늬가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이다.
그냥 길에 깔려 있는 돌을 보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가를...
물론 길가에 가만히 있는 돌이라 해서 온갖 풍상을 겪지 않았다고 말하진 못하리라.
그러나 강가의 돌과는 겪이 다르다.
강가의 돌은 수난을 겪은 돌이다.
물이 불어 폭포를 이루면 그 센 물살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 물살을 이겨낸 훈장이 반들반들하게 닦여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일 것이다.
동강에 다녀오며 다섯 개의 조약돌을 가져왔다.
가끔 그 돌을 보며 조약돌에게 그 돌이 겪었을 동강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무섭고 떨렸던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또 그 조약돌을 귀에 대어 본다.
수천 년 전 아니 수만 년 전의 돌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깎여진 그의 몸에서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혼자 떠나보는 여행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떠 올리게도 한다.
이 여름 어디론가 배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보라.
과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무엇을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지 알 것도 같지 않은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필> 개 망초와 빗속 질주 (0) | 2011.06.21 |
---|---|
[스크랩] <수필> 무질서한 세상 (0) | 2011.06.21 |
[스크랩] <수필> 꼬부랑 할머니를 보고... (0) | 2011.06.21 |
[스크랩] 이천 문사원에서의 하루 (0) | 2011.06.21 |
[스크랩] 아라리 別曲을 쓰기 위하여 2 (0) | 2011.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