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름밤의 막걸리 파티

운우(雲雨) 2014. 7. 17. 03:46

그렇게도 열기를 뿜어 대던 태양이 서산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다.

아니 서울의 태양은 서산으로 지는 것이 빌딩의 숲으로 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거대 도시 서울의 거리에도 어둠이 내리고 하루 일과를 끝낸 인파가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으로 모여들어 거리는 사람의 물결로 뒤 덮인다.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하루의 회포를 풀기 위해 주점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해 동료들과 함께 봉천시장에 안에 있는 장군집을 찾았다.

몇 번 와본 집이지만 올 때마다 푸짐하게 나오는 먹거리들이 기분을 좋게 한다.

아마 다른 집에서 그 정도의 먹거리가 나온다면 십 만 원 이상은 할 것이라며 함께 간 동료들이 탄성을 지른다.

원탁 위엔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음식이 즐비하게 나온다.

그렇게 음식을 주면서 장수막걸리 3병까지 합해 고작 현금 2만원밖에 받지를 않는다.

나는 막걸리를 흔들어 따르질 않고 위에 맑은 술을 한 사발 딸아 마신다.

나의 주량이 고작 한 사발의 약주일 뿐이다.

그러나 그냥 마시는 술이 아니다.

적은 량이지만 즐기는 멋은 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막걸리라는 것이 이 나라 고유의 멋이 담긴 술이 아니더냐.

옛날 들판에서 농부들이 힘들게 일을 하고 한 사발의 막걸리로 피로를 풀었고 마음속의 회포도 함께 풀었던 서민들의 술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막걸리에는 옛날 선조들의 진한 향수가 배어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어찌 옛 향기를 잊을 것이며 선조들의 멋진 풍류를 어찌 있겠는가.

가만히 막걸리의 맛을 음미 하고 있을 때 앞쪽에서 왁자지껄 큰소리가 들린다.

내가 얼굴 들어 보니 내가 안면이 좀 있는 70대 초반의 할머니다.

허리가 꼬불어져 건강해 보이진 않았는데 술이 얼큰하게 들어가 술의 힘인지 알 수는 없으나 큰소리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술집에 있는 좌중들이 모두 그 사람을 향하여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내가 나보다 15살 어린 사람과 만나 연애를 하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너희들이 나에게 밥을 먹여줘, 잠을 재워줘. 그런 사람과 만나는 것도 모두 내 능력이 아니겠어?”

말을 들어본 즉은 15년 연하의 남자와 만나 연애를 하는데 옆의 사람들이 참견을 하니 참견을 말라는 것 같았다.

내 옆의 친구가 나를 툭 치며 하는 말인 즉은

“이런데 와보니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 이런데 아니면 70대 할머니와 50대 중년의 남자가 만나는 이야기를 어떻게 듣겠어요.”

허긴 맞는 말이다. 시장 안에 있는 술집이니 온갖 잡배가 모여 있어 귀 기울이면 못들을 말이 없을 것이다.

적당하게 마시고 술집 밖으로 나오니 밖에도 술판이 벌어져 있다.

해가진 밖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 안에서 마시는 술보다 더 술 맛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여름밤에만 볼 수 있는 낭만적인 풍경이다.

나는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지하철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