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오월의 나들이에 부쳐

운우(雲雨) 2014. 5. 6. 07:14

연휴라 집에 있기도 무료한 것 같아 오랜만에 나드리를 가기로 했다.

안양에 사는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작년에 살았던 양주를 한번 가기로 한 것이다.

봄이라고 해야 4월의 이곳 벗꽃로에 활짝 핀 벗꽃을 본 후 야외로 나가 봄을 맞아 보기는 처음이다.

버스를 타고 가며 차창으로 보이는 초목들이 너무 싱그럽게만 보인다.

바람에 하늘 거리는 모습이 마치 "나는 살아 있어요" 하며 말하고 있는 것 같다.

4월의 꽃이 만발한 모습을 본 후 이렇게 야외로 나와 푸른 옷으로 갈아 입은 초목들을 보니 반가운 마음 뿐이다.

역시 사람이나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싱그러운 모습이 보기 좋다.

버스를 타고 30여분 달려오니 전에 살던 마을에 도착을 한다.

그래도 8개월간 내가 살았던 곳이고 나의 영혼을 쉬게했던 흔적이 있는 곳이라 먼저 그곳을 들렸다.

그러나 떠난지 오래된 것도 아니것만 그때의 흔적들은 거의 사라지고 없었다.

나의 육체와 나의 영혼을 쉬게 했던 컨테이너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나와 함께 고락을 함께 했던 두 마리의 개들도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보이질 않고 개들의 집도 사라지고 없었다.

개천가에 늘어서 심어져 있던 나무들도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다만 작은 연못만 그대로 있어 물 속에 작은 고기가 헤엄쳐 놀고 있다가 나의 모습에 놀랐는지 돌틈으로 모습을 숨긴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온다.

쓸쓸함 속에 길재의 시조 한 수가 떠오른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이 시조가 말하는 것처럼 세월 속에 그때의 사람들은 모두 묻혀 버렸고 무심한 페허만이 그때의 영화를 생각케 하지만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위의 시조가 말하는 것처럼 잠깐 사이에 그곳에서 나의 흔적이 그렇게 쉽게 자취도 없이 사라진 다는 것에 대해 쓸쓸함을 느껴 길재의 시조 한 수가 떠올랐을 것이다.

인생!

수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살다가 갔지만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역사 속의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들 뿐이 우리는 기억을 못한다.

내가 이곳에 와 내가 살았던 전의 흔적이 자취도 없이 사라짐 같이 인생 또한 가고 나면 아무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새삼 느끼는 것이 아니지만 세월 속에 모든 것이 지워진다는 것은 정녕 슬픈 일이다.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려오며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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