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일주일에 한번 가는 교회다.
그때마다 돌아보는 자리가 있다.
노인들이 앉아 있는 가운데 자리다.
전엔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매주 나왔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나오질 않아 그 자리는 늘 빈 상태로 있다.
할아버지는 과묵해 교회에 나와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난 지금 것 그 할아버지가 말을 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예배가 끝나면 조용히 교회 식당 식탁에 앉아 있다.
나를 비롯 젊은 사람들은 할아버지의 식사를 수저와 함께 갖다 놓으며,
“할아버지 맛있게 잡수세요.“
라고 인사를 해도 고개만 끄덕일 뿐 언제나 말이 없다.
그러나 할머니는 달랐다.
예배가 끝나면 제일 먼저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데 자신의 앞에 사람이 있으면 확 밀쳐내고 먼저 가져간다.
마치 식사를 하는데 누가 자신의 것을 가져갈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지키려는 것 같은 할머니다.
너무 그러니 때론 그런 할머니가 밉기도 했었다.
그런 할머니가 언제부터인가 교회에 오질 않는다.
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교회에 나오지 않은지가 이젠 꽤 오래 되었다.
일설에 의하면 할아버지가 교회에서 주는 찰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죽을 뻔 했는데 의사가 동원이 되고서야 떡을 빼내고 살았다 한다.
실로 교회에서도 큰일 날 번 한 일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부부는 아니다.
자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그분들은 예배 보는 날이면 점심을 먹으러 오는 분들이다.
이젠 그분들이 교회에 나오지 않은지도 꽤 오래 되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그 노인들의 자리를 보게 되는 것은 노인들의 자리가 자주 빈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여름에는 나와는 각별했던 한 남 집사님이 세상을 떠났다.
늘 손과 발이 차다고 했는데 그날도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다고 하고 나가서 길에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그길로 2주가량 혼수상태에 있다가 먼 길을 떠났다.
그 자리도 늘 빈자리가 되고 말았다.
요 며칠 전엔 연로한 여 집사님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접했다.
노인이 되면 폐렴 때문에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그 노 여집사님은 폐렴에 의한 사망이란 것이었다.
이번 주에 교회에 갔을 때도 그 노 여집사님이 매일 앉아 있던 자리는 덩그러니 빈자리가 되고 말았다.
사람이 죽으면 돌아간다고 한다.
우리네 인생이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시인 천상병은 자신이 지은 시 귀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귀천/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시인은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다고 얘기 하지만 곁에 같이 있던 사람이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 쓸쓸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 절친인 친구가 사고로 죽었을 때도 그의 빈자리가 공허해 방황한 적이 있다.
거리를 걸을 때나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자리에 가면 여지없이 그 친구의 빈자리가 공허했고 늘 그리워했다.
지인들의 빈자리가 하나 둘 늘어 간다는 것은 나도 나이를 먹어 간다는 얘기일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지구란 별에 나의 빈자리를 남기고 어느 별로 돌아갈 날이 있을 것이다.
아니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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