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독도 가던 날

운우(雲雨) 2013. 11. 5. 16:00

그날은 비가 심술스럽게 내렸다.

12시에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버스가 출발을 하기에 양주에서

출발을 하는 나로서는 집에서 일찍 출발을 해야 했다.

비가 내리면서도 기온은 많이 내려간 상태였다.

버스 정거장에서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입고 있는 옷이 얇

았는지 부는 바람에 제법 한기를 느낀다.

광적면에서 버스를 타고 양주역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 타고 신

설동에서 다시 2호선 전철을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에 내리니 출

발 시간이 거의 돼가고 있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차갑게 불고 있었다.

버스 안은 이미 도착한 사람들로 꽉차 있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으니 모두가 걱정들을 한다.

과연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부니 파도 때문에 과연 배가 뜰

수가 있을 것이냐였다.

도중 휴계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차에 올라 6시간만에 동해항에

도착하니 비는 그첬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일행은 군함인 비로봉호에 승선을 했다.

원래는 그 밤으로 독도로 향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바람이 너무 불

어 배가 뜰 수가 없어 정박해 있는 것이었다.

함장이 직접 나와 설명을 한다.

보통 파도가 2m 정도만 되어도 배가 뜰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은 파도가 10m 나 된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포항 앞바다에서 8000톤급 화물선이 파도에 좌초 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함장이 하는 말은 8000톤급이 침몰을 하는데 우리가 타고갈 군함인

비로봉호는 4200톤 급이라 말로 설명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었다.

아쉽지만 독도로 향하는 마음들이야 굴뚝 같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

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은 비로봉호에서 잠을 자기로 하고 해군 수병들이 해주는 저

녁을 맛있게 먹었다.

밤에 잠을 자는데 바다에 정박해 있는 군함이라 그런지 바람이 몹시

불어 계속 흔들린다.

군함에서 자는 것은 난생 처음이지만 고단해서 그런지 잠을 푹 잤다.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비로봉호의 갑판 위를 올라 배의 제원에

대해서 부함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군함이었지만 특별히 허락한 것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배에서 어디든

사진 촬영이 허락돼 있었다.

배에서 점심을 먹고 일행은 독도로 향해야할 일정을 강릉쪽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동해항에서 동해선 열차를 타고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린다.

정동진 역에서 열차가 한참을 선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그런지 차창밖으로 보이는 파도가 몰려오는 풍경

이 너무도 아름답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강릉에 도착을 하니 관광버스 3대가 기다리고 있다.

강릉시에 부탁해 찬조를 받은 것 같았다.

강릉에서 버스를 타고 화진포로 향했다.

화진포는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너무도 변한 모습이다.

바다와 접했던 민물 호수와 바다의 경계를 도로를 만들고  다리를 놓

아 분명히 했다.

바다와 달리 바람은 불지만 민물호수는 잔잔하기만 하다.

서쪽으로 기운 해가 역광으로 호수를 가르고 있다.

아름답다는 생각에 휴대폰의 셔터를 몇컷 눌러본다.

화진포 해양수족관을 돌아 보고 이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과

김일성 별장을 돌아 보았다.

전에는 이곳에 오지 못했던 곳인데 지방 자치제가 되면서 관광자원으

로 활용하기에 관광 차원에서 개방을 한 것 같다.

바닷가로 지는 해를 뒤로한 채 어둠이 깔려오는 화진포를 출발했다.

도착지는 숙소가 정해져 있는 설악동이었다.

언제나 와봐도 설악동의 공기는 맑다.

밤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삼삼오오 짝을 이뤄 호프집으로 향했다.

늦은 밤까지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향했다.

아침 기상 후 아침을 먹고 12시까지 자유시간이란다.

모두 삼삼오오 짝을 이뤄 설악산으로 향했다.

나는 무릎이 아파 산에 가는 것은 무리였다.

할 수 없이 최민초 선생과 설악의 계곡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언제나지만 설악에서 흐르는 물은 옥수(玉水)와 같다.

옥수(玉水)로 세수도 하고 손도 씻으며 최민초 선생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12시간 되어 간다.

천천히 걸어오니 설악산으로 갔던 사람들이 내려와 버스에 오른다.

설악산 입구에 있는 황태 해장국 집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는 서울을

향해서 출발을 했다.

독도를 간다던 일정이 바람 때문에 엉뚱하게도 설악산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나름 즐거웠던 가을 문학기행이었다는 생각이다.

사람의 인생도 어느 시점에서 엉뚱한 일로 인해 이렇게 여행 일정이

바뀌 듯 인생 행로도 생각지도 못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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