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골 내고향 같아라

운우(雲雨) 2013. 10. 29. 21:13

내가 시골에 내려와 있은 지 벌써 2개월이 넘었다.

3월 10일에 이곳에 들어 왔으니 정확히 2개월 15일이 됐다.

처음엔 멋모르고 와서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3월 중순이었는데도 날씨가 추워서 고전을 했다.

이곳은 높은 산이 없고 벌판이라서 그런지 바람이 세차다.

3월의 춘풍이라 하지만 겨울바람과 달리 옷깃을 파고들어

더 추위를 느끼게 한다.

거기에 화장실도 그렀고 아니 화장실보다 더 불편했던 것

은 샤워장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 올 때는 샤워장에 순간온수기를 설치하여 준다고

하여 사탕발림에 왔는데 오고 나니 그 말은 어느새 쏙 들

어가고 말았다. 헐~

그렇다고 빨리 순간온수기를 설치해 달라고 조르기도 뭣

해서 물을 데워서 가끔 샤워를 하곤 한다.

처음엔 찝찝한 기분이었지만 환경에 지배를 받고 사는 게

인간이라고 이런 환경에 적응이 되니 이젠 그런대로 버틸

만 하다는 생각이다.

허긴 어렸을 때는 매일 샤워를 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

는데 나라의 경제가 좋아지다 보니 아파트 문화에 젖어

자연 샤워를 하는 것은 일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하게 된 것은 나물을 캐는 일

이다.

3월에 왔으니 파란 새싹들이 움트고 나올 때라서 냉이를

캐는 일부터 시작을 하였다.

정말 생각대로 냉이는 다른 곳보다 많다.

3월과 4월은 냉이를 뜯어다가 된장국도 끓여먹고 냉이

무침도 많이 먹었다.

또 냉이가 흔하니 많은 량을 장애인 복지관에도 뜯어다

장애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4월이 되면서 냉이 보다는 씀바귀를 뜯어다 먹었다.

이곳에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뜯어다 자급

자족을 했다.

요즘은 날씨가 더워지니 논둑에 돌미나리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잠깐 나갔다 오면 돌미나리를 가져간 비닐봉투로 가득

뜯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돌미나리는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고추장 간장에 무

쳐 먹기도 하는데 미나리 특유의 향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요즘 미나리를 뜯으러 가면 근처 집들에서 들려오는 온갖

잡동사니 소리를 모두 들을 수가 있어 좋다.

소리란 것이 보통 모두가 시골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

이다.

붙들어 매어 놓은 강아지가 풀어 달라고 앙탈을 부리며

짖어대는 소리, 닭이 알을 낳고 큰일을 했다고 꼬꼬댁

하며 울어대는 소리, 암소가 음매 하며 새끼를 부르는

소리 또 밤이면 수많은 벌레들의 합창부터 온갖 잡동

사니 소리가 소음 같지만 소음으로 들리지 않고 정겨운

노래로 들린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기에 그 소리가 향수와

같아서 정답게 들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때 이른 맹꽁이 소리를 듣는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맹꽁이 울음소리는 예전엔 보통 여름

장마철에나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 가면서 때 이른

5월에 개구리 울음소리와 맹꽁이 울음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허긴 아열대성 기후로 바뀐 후 때 아닌 5월에 여름 장마

처럼 비가 내리고 있으니 개구리와 맹꽁인들 착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젠 한 해 두 해 지나며 지구의 변화와 함께 이곳 한반

도의 기후도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고 가을이 짧으며 혹독한 추위

의 겨울이 길어진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과는 많이 다른 계절을 살아

야 할 것 같다.

기후가 변하니 앞으론 생활의 패턴도 많이 다른 모습으

로 변해갈 것이다.

한반도의 미래의 생활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 것인지

감히 상상해 보기도 한다.

양주에서의 8개월 내가 자란 고향과 같은 곳에서 고향의

향수를 맘 것 맛 볼 수 있었던 것은 소설을 쓰는 나에겐

언제가 될 런지 모르지만 큰 수확으로 다가올 것이란 것

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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