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늙음의 미학

운우(雲雨) 2013. 2. 17. 19:55

 

내가 아는 사람 중 인품이 좋아 존경하는 노인이 있다.

그 노인은 인품만 좋은 것이 아니고 세상을 잘 살아 그런지 얼굴도

곱게 늙어 인자하게 보이는 인상이다.

그 노인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머리는 검은 머리 한점 없는 백발인데 얼굴엔 검버섯 하나 없고 피부도

희고 뽀야서 고귀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쩌면 저렇게 곱게도 늙으셨을까?"

나는 그 노인을 만날 때마다 한 번 볼 것을 두 번 보고 세 번 보게 된다.

"너무 고우시네요. 어떻게 사셨길래 그렇게도 곱게 늙으셨어요?"

"곱긴~"

"정말이예요. 너무 고와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셨나요?"

"비결? 뭔 비결이 있겠어. 구태어 비결이라면 욕심없이 살아온 것이 비

결이라고 할까? 불우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조금씩 나누며 산 것이 다인

걸. 그렇게 살았으니 마음은 편했지.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어, 갈 때

가져갈 것도 아니고 모두 두고 갈건 데, 조금씩 나누며 사니 좋더군."

나는 그 노인에 이야기를 들으며 욕심없이 살며 작은 것이지만 이웃과 나누

며 산 것이 저렇게 고운 얼굴을 만들었구나. 하고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살면서 마음에 있는 욕심을 비우고 사니 살아온 대로 얼굴이 만들어

진다는 진리를 깨닭을 수가 있었다.

 

나는 또 한 사람의 노인을 안다.

그 노인은 노점상을 하는 노인인데 가족도 없이 혼자 살고 있다.

혼자 살고 있어 자신을 가꾸지 않아 그런지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인

다.

얼굴은 주름 투성이에 심하게 검버섯이 피어있다.

그 노인과 잘아는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노인은 욕심이 과하여 형제들과도

등을 돌린 체 살며 작은 것 하나도 남과 나누며 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다.

노점상을 하며 살고 있지만 통장에는 돈이 얼마가 들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다는 소문이다.

또한 사놓은 부동산도 얼마만큼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 한푼을 쓰는데도 벌벌 떨며 남

을 돕는 일에는 인색하기 이를데가 없다는 것이다.

노인은 그 많은 돈을 모아서 무엇에 쓰려고 그렇게 인색한 삶을 살고 있는걸까?

그 인색한 삶이 얼굴에 굵은 주름과 검버섯을 만든 게 아닐런지....

두 사람의 예를 들었지만 같은 노인이라도 전자의 노인은 남에게 베푸는 인생을

살고 있고 후자의 노인은 베푸는데 인색한 삶을 살고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늙어 가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얼굴에서 두 사람의 인생이 확연

하게 다른 것은 뭘까?

베픔의 삶을 살아온 노인은 베푸는데서 행복을 느끼며 살았기에 얼굴에 편안함이

깃들어 예쁘게 늙고 있는 것이고 욕심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노인은 남에게 주

는데 인색하여 얼굴에 욕심이 쌓여 더욱 흉측하게 늙은 모습일 것이다.

사람의 얼굴도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의 행적에 따라 얼굴 모양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두 노인을 통해서 알 수가 있었다.

선한 사람은 선하게 살아온 대로 늙고 악하게 살아온 사람은 악하게 살아온 대로

늙게 마련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누가 그려줘서 그려진 얼굴이 아니라 살아온 대로 자신이 그려간 얼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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