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먼 길 떠난 소설가 L의 영전에

운우(雲雨) 2013. 1. 8. 13:01

카톡의 메세지 소리가 들렸다.

누구에게서 온 것인지 확인차 무심히 확인을 눌러 본다.

무심코 눌러본 메세지는 나를 놀라게 했다.

부고였다.

나의 후배이자 함께 소설을 쓰고 있는 L 이 죽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나는 그녀와 만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죽기 며칠 전에도 카톡으로

메세지를 주고 받았었다.

나는 연말이라 그녀에게 카톡으로 연하장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의 답장은 평소 같지 않게 짜증이 섞인 답이었다.

"아픈 사람에게 이런 것 보내지 말아요."

"아니 어디가 아픈데?"

"모르겠어요. 심각한가 봐요. 고대병원으로 갈 것 같아요."

"그래? 그러면 옮긴 후 병실 호수를 가르쳐줘. 면회갈께."

"네"

이게 그녀와 주고 받은 카톡으로 한 대화였는데 그 대화가 그녀와 이 세상에

서 마지막 대화일 줄은 몰랐다.

이제 오십대의 초반인 그녀는 지금 것 아이들 학습지 공부를 시키며 독신으로

혼자 살고 있었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요?"

이렇게 말을 하던 그녀는 세상이 귀찮은 듯 피곤한 목소리였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소주를 2병 정도는 마신다고 했다.

또한 밥을 하기 싫었는지 집에 들어갈 때는 왕만두를 사가지고 들어 갔다 한다.

"이것이 내가 먹는 밥이예요."

밥을 먹지 않고 소주와 왕만두가 식사 대용이었던 것이다.

왜 그녀는 그렇게 살았을까?

그녀는 늘 고독하고 외로워 했다.

그렇다고 그녀 곁에 남자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가끔 그녀는 염문을 뿌리고 다닌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에겐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 또한 그랬던

것 같다.

사랑이 없는 만남은 공허할 다름이다.

진정한 사랑은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쾌락만 추구하는 사랑은

그 순간이 지나면 공허함만 남게 마련이다.

그녀는 그런 삶속에서 술로 하루 하루 자신의 삶을 갉아 먹고 살았는지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는 그녀가 고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2003년 초에 늦은 나이로 대학원에 입학한 후 석사 논문이 통과 되었다며 나

준 석사 논문집이 있고 지난 10월엔 울산문학세미나에서 자신이 쓴 장편

소설집이라며 [베누스 정원]을 한권을 선물로 받았다.

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울산문학세미나에 함께 간 80여명이나 되는 소설가들

에게 일일이 책에 싸인을 하여 정성스레 나누어 주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이제는 다시는 볼 수가 없다.

아니 항상 만나면 호들갑을 떨었던 그녀의 목소리도 이젠 영원히 들을 수가

없다.

한번 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나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었던 그녀가 남긴 흔적이라곤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있다면 그녀가 남긴 것은 유일하게 그녀가 쓴 작품일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던 그녀는 자식 보다는 작품을 남기길 더 좋아 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그녀의 소원대로 작년 10월에 출간한 [베누스 정원]을 유작

으로 남긴 채 먼길을 떠났다.

어쩌면 그녀가 쓴 [베누스 정원]에서 영원히 살기 위해 갔는지도 모른다.

2013년 1월 5일 12시 그녀는 한줌의 재로 화한 채 영원히 이 세상을 떠났다.

이젠 그녀가 좋아했던 소설, 아픔과 고통이 없는 저 세상에서 마음 것 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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