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운우(雲雨) 2013. 1. 6. 17:31

 

올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날 지방엘 내려가게 되었다.

영하 16.3도라고 하니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집을 나서니 불어 오는 바람에 얼굴이 시리다.

또한 얼마 전만해도 몰랐는데 발과 장갑을 낀 손 조차도 시린 건 마찬가지다.

경전철역에 가니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얼굴을 온통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몰라볼 정도로 싸매고 있는 모습이다.

경전철에 올라 타니 차가 작아서 그런지 아니면 난방이 제대로 안되는지 실내가

추운 편이다.

청량리에서 전철로 갈아 타고 지방으로 가는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은백의 세계다.

옛날 젊었을 때라면 그런 은백의 세상을 보며 마음에서 환호를 했을 법도 한데

환호 보다는 너무 추워 그런지 싫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 같다.

전철이 역마다 설 때 문을 열면 찬바람이 실내를 엄습해 승객들은 빨리 문을 닫

았으면 하는 눈치다.

눈속을 뚫고 전철은 계속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차창 밖으로 봐도 바람이 상단히 세게 부는 것 같다.

옷을 벗어 버린 채 무장 해제를 당한 나목들이 찬바람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은 춥다면 춥다고나 말을 하지만 나목들은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 한

겨울을 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가만히 그 나목들을 보며 내 생각에 물어 봤다.

"봄에 꽃을 피우기가 이렇게도 힘든단 말인가? 잠시 피었다 질 꽃을 피우기 위

하여 저렇게도 처절하게 추위와 싸우고 있으니...."

그러나 처절한 추위와 싸우는 것은 잠시 꽃을 피우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식물은 꽃이 피어야 씨앗을 맺고 비로서 종자를 번식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고난이 따라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은 사람에게 실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겨울이 길면 나무가 옷을 입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겨울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

사람이 하는 일에도 안되는 듯 하지만 인내하고 기다리다 보면 봄에 꽃이 화려하게

피듯이 이루어질 일이다.

모든 일에는 계획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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