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이제 2012년의 꼬리가 며칠이면 완전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다.
12월이 되면서 거리엔 여느해와 다름 없이 구세군의 자선남비의 종소리는 울렸다.
제복을 입은 사관들이 나와 추위를 아랑곳 하지 않고 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종파를 떠나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봉사하는 그 모습은 거룩한 모습일지
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12월 25일로 마감한 모금에서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성금이 걷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인정이 참 많은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자신보단 남을 더 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은 착하다기 보다는 차라리 거룩한 모습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성인들만이 거룩한 것은 결코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감히 남이 못하는 선한 일을 했을 땐 거룩한 것이리라.
금년 초반엔 경제 불황이어서 그런지 구세군의 자선남비에도 모금이 예전 같지 않
았다고 한다.
구호의 손길이 뜸해 모금을 하기로 한 것보다 훨씬 구호 모금이 밑돌 것이란 예상
이었던 것 같다.
불황에 혹한의 추위까지 겹쳐 인정 마저 얼어버린 것 같았던 것이다.
거기에 이른 추위에다 눈까지 많이 내렸다.
눈이 많이 내리니 혹한에 녹았던 눈이 얼음판이 되어 사람들이 넘어지기 일수니
나와 돌아 다니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 모금이 생각만큼 될 것 같지 않다는 예상을 할만
도 했다.
그런 뉴스를 본 사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나와 모금함에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을 했던 것이다.
모금액은 예상을 깨고 더 많은 액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어느 사람은 억대의 돈을 넣으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성서에서 말하는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몸소 실천한 사람인
것이다.
지금은 자기 PR 시대라 해서 그만한 돈을 냈을 때는 자신을 알리기 위하여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랄만도 하련만 일절 자신의 신상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거룩하다는 칭호를 받지 않으면 어떤 사람들이 거룩함의 칭호를 받을
것인가?
재벌들이 돈이 많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형제지간에 재산 더 차지 하겠다고
법에 소송을 하는 추악한 개싸움을 보며, 남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행하는 선행,
얼마나 아름다운가?
진정으로 아름다운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다.
새해는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2012년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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