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의 끝자락에 서서....

운우(雲雨) 2012. 11. 4. 21:46

11월임에도 아직도 산과 들은 단풍으로 채색된 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들엔 푸른색의 배추가 얼마 남지 않은 김장철을 기다리며 싱싱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아직은 나무에 붙어 있지만 11월도 하순으로 접어 들면 그 나뭇잎은 찬바람을 견디

지 못하고 끝내는 떨어져 거리를 뒹굴고 있을 것이다.

들에 있는 푸르름도 얼마 후면 모두 사라지고 삭막한 모습으로 화할 것이며 겨울의

찬바람만이 텅빈 들판을 지배할 것이다.

어느새 은행잎도 푸르던 잎이 노란 색으로 변해서 며칠전 내린 비와 바람에 많이 떨

어져 마치 무성한 머리가 듬성듬성 빠져버린 머리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얼마전 친구가 나에게 넌지시 한 말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가을이 아름답다고 말하는데 왜 가을을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까?"

"어떤 생각?"

"가을이 시각적으로는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운 것들이 마지막으로 죽어 가면서 내

는 마지막 비명과 같은 발악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게 또 무슨 생각이야?"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 하루 중 태양빛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저녁 해질 녁의

노을빛이란 생각이지,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 저녁의 노을 빛이라면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빛갈은 아름답게 채색된 가을의 빛이라 생각해."

"그런데?"

"하루나 일 년이나 모든 것은 마지막이 아름답다는 것이지.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죽어 가는 것이야. 그런데 그런 걸 모르는 것은 인간들

뿐이란 생각을 했어. 신은 인간의 일생을 자연을 통하여 실물교훈으로 보여 주는데

인간들은 전혀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거든. 봄에 새싹으로 태어나 여름이란 계

절에 무성해져 절정기를 이루고 가을에 낙엽되어 사라져 가는 것이지. 이런 것들이

인생과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들을 깨닫지 못하는 인간들은 모

든 사물이 죽어 가는 계절에 흥청망청 단풍구경이라는 명목으로 난리들을 치고 있잖

아."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과연 그 친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란 생각을 했다.

하루 끝의 노을빛과 일 년 중의 가을 단풍 빛갈이 짧은 것처럼 백년도 못사는 인간의

일생도 결코 긴 것은 아니다.

지나고 나면 한낮 꿈에 불과한 人生인데 노을 빛이나 가을의 낙엽 빛갈처럼 아름다웠

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가을의 끝자락에서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