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상상 속의 겨울

운우(雲雨) 2013. 1. 13. 19:45

올해는 어디를 가나 하얀 눈을 흔하게 볼 수가 있다.

며칠 사이로 눈이 내렸고 날씨가 추워 눈이 녹지 않아서일 것이다.

올핸 부산과 같은 아랫 지방에서도 눈을 볼 수 있었다니 가히 전국

적으로 눈이 녹지 않고 내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눈이 내려도 그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질 않음은 왜일까?

지금은 건물이 모두 높은 층의 콘크리트 건물이어서 눈이 내려도 그

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의 눈은 초가지붕에 내렸고 계와 지붕에도 내렸고 함석 지붕

에도 내렸다.

특히 초가 지붕에 소복하게 내린 눈은 지금은 볼 수 없어 머리 속에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게 소복하게 쌓인 눈이 오후가 되면 따스한 햇볕에 녹아 내리고

다음날 아침이면 추녀 끝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다.

먹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이기에 고드름을 따서 먹기도 했던 흐릿

기억이 있을 뿐이다.

눈이 많이 쌓이면 참새들이 먹을 거리가 없어 사람이 사는 집마당으

잘 날아 들어 왔다.

그때 맷방석 밑에 모이를 놓고 볕집으로 꼰 새끼줄로 맨 나무를 걸쳐

세워 놓는다.

그러면 그 밑에 모이를 주워 먹으러 참새 떼가 맷방석 밑으로 모여

들어 정신 없이 모이를 주워 먹을 때 새끼줄을 낚아채면 맷방석이

넘어지며 참새를 덮쳐 잡기도 했다.

또 길거리에서 편을 나누어 눈싸움 하던 추억, 주먹 만큼 눈을 뭉쳐

서 굴리면 순식간에 눈덩이가 불어나 눈사람을 만들고 눈섭은 솔가

지를 꺾어다 만들고 눈과 코, 입은 숯으로 만들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을 하면 서정이 물씬 풍겨 나는 동화의 세상

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세상은 민속촌 같은 곳에나 가야 하지만 그런 곳은

모든 것이 정형화된 곳이기에 옛추억을 떠올리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젠 추억속의 옛일들이니 세상은 날로 어떤 모양으로 발전을 할지

모르니 그런 세상은 이제 상상 속의 겨울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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