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세월이 갈수록 그리워지는 것들

운우(雲雨) 2011. 6. 19. 16:31

오늘 같이 이렇게 하얀눈이 내리는 날이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나와 갈래야 갈수도 없는 두고온 어린시절의 고향이 그리워진다.

 

저녁먹고 한참지나 배가 출출해 질라면 동치미 꺼내다 길게 잘라

시원한 국물과 함께 먹으며 화롯가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속에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듣던 그 시절!

 

북쪽에서 오는건지 남쪽에서 오는건지 바람부는 쪽을 향하여

앞자락에는 눈을 흠뻑 뒤집어 쓰고 신바람 내며 동네 친구들과

앞으로 한없이 내달린 적이 있었다.

 

지금 기억하면 남쪽인 듯 한데 멀리 검게 높은 산이 있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산을 차령산맥 줄기라 한것 같다.

그 하얀눈은 검은산 차령산맥 줄기에서부터 하얗게 우리 마을로

서서히 밀려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 검은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고도 했고 또는 커다란

굴이 있는데 엄청나게 긴 굴이라고 했다.

이 쪽 입구에서 불을 때면 십리 떨어진 곳에서 연기가 났다고 했다.

나는 확인해 본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모른다.

 

캄캄한 밤이면 멀리 그 검은산 밑에서 항상 포 쏘는 소리가 들렸었다.

그 곳은 포부대 였는데 낮에는 사람들이 일을 하기 때문에 밤에만

그렇게 군인들이 포를 쏘는 훈련을 한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기에 어린 마음에

또 다시 전쟁이 날까봐 조바심치며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눈내리는 날이면 잊지못할 추억이 되살아난다.

그때 가을이었던가?  횃불을 밝히고 마당에서 늦게까지

가을 타작을 하던것으로 기억된다.

그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있던 누나가

옆동네에 사는 친구의 누나와 함께 서울에 취직한다고 떠났었다.

 

엄마와 나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떠났던 누나가 그해 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머리에 흠뻑 눈을 뒤집어 쓰고 집으로

돌아 왔었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본 객지는 누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

이었나 보다. 눈오는 날이면 누나는 창밖을 보며 고향생각에 많이

울었다고 했다. 누나는 이 노래를 참 좋아 했었다.

 

"함박눈 송이 송이 내리는 밤은 멀리 두고온 고향생각 그립다.

이웃이 도란 도란 모여 앉아서 옛날 일을 즐겁게 꽃피는 마을

밤 깊은줄  모르는 고향생각 그립다."

 

이제는 시집가 멀리 살지만 난 하얀눈과 이 노래만 들으면 지금도

누나가 보고싶고 그리워진다.

출처 : 소설가 봉필현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있는 오솔길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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