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보리수의 추억

운우(雲雨) 2011. 6. 19. 16:29

 

보리수의 추억       雲雨/奉弼鉉

 

“산은 따뜻하고 들은 넓은데 구름은 가볍고 바람은 맑았다, 들판의 보리는 평평히

  펼쳐져 있고 초록비단같은 나무와 꽃들이 섞여 알록달록 아름다웠다.”

옛 선비가 쓴 글이다.

어떠한 현란한 수사보다 가슴을 지그시 내리누르는 글이다. 마음이 얼마나 정한

가운데 있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일요일이다.

요즈음 장마철이라 양평에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으나 혹 비가 내리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스럽게 약간 흐린 날에 시원한 바람은 어쩌면 그리 날을 잘

잡았는지 하늘이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덕소에서 양수리를 끼고 보이기 시작한 강은 양평에 도착 할 때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하늘에 구름은 드리웠지만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정경은 위에 언급한 옛 선비가 쓴

글과 마찬가지로 초록비단이 깔려있는 듯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하늘이 맑지 않아 은빛물결은 아니더라도 얼굴을 스치는 미풍과 잔잔하게 일고 있는

파도는 오랜만에 황막한 도회지를 뒤로한 채 자연의 풍경을 접해보는 마음을 호기롭게 한다.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 이선생의 환대 속에 이선생의 아들이 경영한다는 “도리” 라는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이선생의 집으로 가기로 했다.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고송2리가 정확한 주소다. 우리의 차는 식당에 주차해 두고

이선생의 9인승차를 여럿이 타고 이선생의 자택으로 출발을 했다.

들어가는 길은 편도 1차선의 도로였지만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과 물소리는

비경 속에 자연의 아름다운 음악 그 자체였다.

얼마를 지나니 작은 삼거리 길이다.

이정표에는 계룡사란 글씨가 돌 판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돌 판에 새겨진 이정표를 우측으로 돌아 들어가니 계속 이어지는 호젓한 소로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호젓한 소로를 맑은 공기를 마시며 한껏 달려보고 싶다는 호기로움이

생기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그 산길의 정겨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는 길에 가끔 집들이 보이고 아직 때 묻지 않은 비경들이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왼편으로 파란 색깔의 벼가 쑥쑥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계곡을 끼고 양편으로 다섯 집이  나뉘어 있고 이선생의 집은 나무속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빨간 색의 지붕위에 튀어 나온 듯 서있는 굴뚝이 좀 이채롭게 보인다.

드디어 차가 도착했다.

대문과 울타리도 없는 입구에서 보이는 모습은 파란 잔디, 그리고 석탑, 원두막, 돌로 만든 원탁,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끌어서 계속 물이 흐르게 만든 우물과 작은 호수, 호수 주변과 집 주위에

심어진 보리수나무엔 빨간 열매가 익어가고, 해당화, 허브, 또 이름 모를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특히 나무에 다닥다닥 달린 시큼하면서 단맛을 내는 보리수의 열매는 모든 일행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 일행은 오랜만에 접해보는 보리수의 열매에 취하여 빨갛게 익은 보리수나무의 가지를

꺾기도 하고 열매를 비닐봉지에 따 담기도 한다.

또한 활짝 핀 허브 꽃에는 커다란 호랑나비가 허브 꿀을 따는지 앉았다 날았다 를 반복하고 있었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잔디위에 사뿐히 서 있는 집이 그곳의 주위 풍경과 어우러져 멋진 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주변엔 낙엽송과 잣나무가 우거져 맑은 공기를 양산해 내고 있었는데 이선생의 말에 의하면

겨울엔  눈이 오면 잣나무와 낙엽송에 피어난 설화가 훨씬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원두막에 앉아 모임의 취지에 맞게 어떤 주제를 놓고 토론을 하며 좀 더 발전된 회를 만들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해가 지려는 시간 또 다시 우리는 이선생의 차를 타고 식당에 도착 하였다.

저녁은 이선생의 제안으로 돼지 불 갈비를 먹기로 했다.

배가 고팠는지 모두들 잘들 먹는다. 그 중 한 동료가 집이 너무 먼 관계로 8시40분경 먼저

양평역으로 출발 했다.

여주에 사는 친구는 그곳에서 여주로 직접 가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후 귀경길에 올랐다.

생각보다 차가 밀리지 않는다. 단숨에 양수리에 도착하니 거기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

했지만 터널을 빠져나오고 부터는 다시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

태릉에서 한 동료를 내려주고 노원역에서 또 한 동료를 내려주고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영업을 하는 친구 집에 들려 보리수나무의 이야기와 따온 보리수 열매를 주며 맛있는

술을 담구어 보라고 두고 왔다.

집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드니 하루의 피로가 몰리며 편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글쓴이 : 봉필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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