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녁노을 빛이 아름다운 것은

운우(雲雨) 2011. 5. 21. 17:04

얼마 전이었다.

문경에 사는 친구가 한번 내려 오라하여 문경을 들린 적이 있었다.

그곳은 농수산가공식품을 하는 공장이었는데 규모는 상당히 큰 편이었다.

그 회사에는 친구가 대표로 등재돼 있었지만 젊은 후배와 동업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 젊은 친구는 전직이 조폭이었다고 하는데 조폭이었다는 경력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의 눈매가 매우 날카로워 보였다.

그러나 조폭 치고는 학교는 많이 다닌 듯 지금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허긴 요즘의 조폭들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옛날이야 주먹 하나만 잘 써도 주먹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조폭의 세계도

경제 규모가 커지다 보니 옛날과 같이 주먹만 가진 깡패는 발붙일 곳이 없는 모양이다.

공부를 해서 머리에 먹물이 들어가야 법에 저촉이 되는가 안 되는가도 알아야 하고

빠져 나갈 구멍도 미리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각설하고 그런데 이 친구가 하는 말이 가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이 먹은 사람들이 돈을 벌려 다니는 것을 보면 추해 보인단 말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친구의 얼굴이 빨개졌다.

사실 그 젊은 친구가 그 회사를 친구와 함께 인수하기까지는 내 친구의 힘이 컸다.

나의 친구의 힘이 없었다면 그 젊은 친구는 지금도 건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 친구가 한국농산의 총재로 있을 때에 4억을 빌려주어 경매로 넘어 가는 그 회사를

인수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 친구의 힘으로 인하여 회사를 인수하여 대표나 마찬가지의 직위에 있으면서 마음은

모든 걸 통째로 먹고 싶은 속셈인 것 같았다.

아직은 젊다는 그 친구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는다.

그 세월이 긴 것 같아도 아주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일이다.

내가 어렸을 적 한 동네에 살던 할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죽는 것이 무섭다고 하니 아직 남은 세월이 구만리 같은 놈이 뭔 소리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쉬지 않고 흘러 그 할머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지가 벌써 오래 됐다.

왜 나이 먹은 사람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추하게 보인단 말인가?

물론 자식도 없이 혼자 재산도 없이 사는 노인은 구차해 보여 그렇게 보일런지 모른다.

그러나 나를 위하고 누군가를 위해 모든 걸 초월해 목숨이 떨어지기 전까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아침 햇살보다는 저녁노을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저녁노을처럼 인생도 노년에 이르러서도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땀 흘리는 모습은 장엄하게 지는 노을처럼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십 인이면 십 인이 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십 인 십 색이란 말이 나왔을 것이다.

어느 사람은 나이 먹어 일하는 사람이 초라해 보일 수도 있고 어느 사람은 거룩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80대가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굳은 일만

도맡아 하는 한 사람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장애인의 손발이나 마찬가지인 전동차를 수리비 한 푼 받지 않고 오늘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수리하여 주고 있으며 청소, 운동 장비까지 모든 일체를 수리하는 그 모습은

차라리 거룩한 모습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이다.

반짝하는 아침 햇살보다 붉게 장엄한 모습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저녁노을이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하는 것일 것이다.

이제 한 해가 또 가고 또 한 해가 온다.

이렇게 보내고 맞이하는 속에 우리도 또 늙어간다.

이젠 아침 햇살보다는 저녁노을에 가까운 우리들이다.

저녁노을처럼 붉은 빛으로 온 누리의 불우한 이들을 보듬는 장엄한 빛, 아름다운 빛이

되어봄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