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 장귀녀
억새 / 장귀녀 황금빛 너른 들녘 기계차 지나간 자리 볏짚만 남은 메뚜기도 잠자리도 가버린 하늘에 매달린 감도 사라진 된서리에 알몸 호박 댕그런 뙤약볕도 모진 태풍도 함께 헤처온 추억이 이리도 가슴에 선한데 고달픔도 행복으로 영글었건만 외로움만 남는 자리 이제는 새롭게 맞아야 할 생명의 환희 진실한 영혼의 비상 그 신비의 아픔조차 감사로 한 올 한 올 겸비의 옷깃 여민 채 외로움도 잊어야 할 애달픔도 비워야 할 미련 마저 버려야 할 자신마저 부서져야 할 억새는, 억새는 피빛 노을 속에서 찬바람 스산한 마음을 하얗게 하얗게 몸살로 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