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통영 문학기행

운우(雲雨) 2012. 5. 6. 18:44

통영으로 문학기행을 가는 날인데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심술이 난 듯 회색구름이 잔뜩 찌푸리고 있다.

남쪽지방은 더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고 보면 남쪽 끝인 통영으로 가는 문학기행 팀

으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다.

만남의 장소인 태능 5번 출구 앞으로 나가니 시간이 이른지 나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

출구 앞에서 기다리려니 불어오는 바람이 차 옷깃을 여미게 한다.

조금 있으려니 총무가 무겁게 짐을 들고 부지런히 오고 있다.

짐을 받아 들고 올라오니 고암 시인이 차를 몰고 도착을 한다.

짐을 차에 싣고 조금 기다리니 함께 가기로한 일행들이 모두 도착이 되었다.

출발을 하려는데 구름이 잔뜩 긴 하늘에서 드디어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한다.

중부고속 도로에 진입을 하니 빗줄기는 굵은 비로 변하여 세차게 차창을 때린다.

아래로 내려 갈수록 빗줄기와 더불어 바람이 강하게 분다.

문학기행이 낭패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빗속의 낭만도 느껴지는 여행이란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억수 같은 빗줄기를 뚫고 8시에 출발한 차는 1시 40분에 통영에 도착할 수 있었다.

E. S 콘도에 수속을 마치고 입실을 하니 현관 문으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다운 전경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통영이 이태리의 나폴리 보다 더 아름답다 하더니 그 말이 헛소문이 아니란 걸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장관이란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리라.

이곳 콘도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경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침부터 굶었으니 우선은 민생고 부터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일행은 콘도를 나와 통영의 중앙 시장으로 나갔다.

활어 횟집으로 가 싱싱한 도다리, 농어, 숭어, 낙지, 해삼, 멍게 등으로 실컷 배를 채우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남편이 이곳 조선소에 근무하는 관계로 먼저 내려온 花雲 선생이 남편과 함께 합류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횟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나온 일행은 억수같이 쏱아지는 빗속을 뚫고 동피랑이란 곳을 들렸다.

몇 점의 그림들과 시 몇 편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었는데 소문보다는 볼 것이 별로 없었으나 어릴적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비가 너무 내려 옷이 거의 젖은 상태인데 화운 선생의 남편이 요즘 새로 건조한 진짜 거북선과 제일

가깝게 만든 거북선이라며 그곳을 가자고 권한다.

그러나 그곳에 가기에는 비가 너무 내려 옷이 너무 많이 젖어 있었다.

일행들의 눈치를 보니 빨리 콘도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모처럼 서울에서 내려온 손님을 안내 하려는 화운 선생 남편의 성의를 뿌리치는 것도 예의가

아니란 생각에 다수결에 의하여 결정하가로 했다.

그러나 비가 너무 내리는 관계로 모두 콘도로 가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숙소로 가기로 하고 콘도로 출발을 하였다.

그러나 뒤따라 오기로 한 화운 선생이 오지를 않는다.

전화를 했더니 그냥 남편의 숙소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좀 서운 했지만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콘도로 돌아온 일행은 저녁 준비를 한다.

여자들은 편히 쉬게 하고 고암 시인과 조 부회장이 모든 요리를 하며 나 또한 회장이라고 물에 손도

못대게 한다.

시간이 흐르고 남자들이 준비한 식사가 완료가 된 모양이다.

식탁엔 제법 진수성찬이 마련 되어 있었다.

모든 음식이 남자들이 만든 음식이지만 정갈하고 맛갈 스럽다.

둥글게 모여 앉아 다도해가 한 눈에 보이는 바다를 어우르며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바람과 빗소리를 들으며 문학에 관해 격정 토론을 하며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었다.

토론이 끝이 난 후 모두 피곤했는지 잠에 떨어져 있는데 나 혼자 자정이 넘어까지 글을 쓰고 잠을 청했다.
비와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불어 대는지 마치 바람소리가 남자 귀신의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어쩌면 조금은 소름을 돋게 하는 소리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밤이 가고 아침이 되니 비가 언제 왔냐는 듯 밝은 햇볕에 맑은 바다, 다도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너무도 황홀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부지런히 아침을 해먹고 아름다운 콘도에서 몇점의 사진을 찍고 박경리문학관으로 향했다.
지난번 소설가협회에서 다녀온 곳인데 그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박경리 문학관을 나와 일제시대에 바다 밑으로 뚫은 해저터널을 들려 미륵산 케이블카를 탔다.
미륵산 정상에서 보이는 한려수도 다도해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눈에 보이는 사방팔방이 아름다움의 극치인 다도해의 모습을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미륵산을 내려와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했다.
통영에선 맑은 하늘이 서울에 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1박 2일간의 문학기행은 즐거움 속에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