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아침에 출근하다 보니 앞집 담장에 봉숭아 꽃이
활짝 피어 있다. 밑으로는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
만 해도 톡 터질 것 같은 씨 주머니가 달려 있다.
봉숭아 꽃을 보니 문득 옛생각이 난다. 집 뒤란
에 화단이 있었다. 봄이면 여러가지의 꽃들이
피어 있었는데 다알리아 꽃이 그 중 예쁘기는 했
지만 그 중 생각이 나는 것은 봉숭아 꽃이다.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인다고 꽃을 따다가 돌로
찧어서 손톱에 얺은 후 봉숭아 잎새로 덮고 실로
칭칭 동여 매고 하룻 밤을 자고나면 손톱에 붉게
물이 들었다.
이젠 아득한 옛일이 되어 버렸지만 지금의 화학
제품으로 온통 손발을 바르는 것 보다는 순수했
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여자 손톱에 칠한 것을
보면 봉숭아 물들이던 그 시절의 생각이 아련하
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