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들 / 김남조

운우(雲雨) 2019. 7. 31. 21:21

나무들 / 김남조

 

 

나무들은 이별의 준비로

더욱 사랑하고만 있어

한 나무 안에서

잎들과 가지들이

혼인하고 있어

언제나 생각에 잠긴 걸 보고

이들이 사랑하는 줄

나는 알았지

 

 

오늘은

비를 맞으며

한 주름 큰 눈물에

온몸 차례로

씻기우네

 

 

아아 아름다워라

잎이 가지를 사랑하고

가지가 잎을 사랑하는 거

둘이 함께

뿌리를 사랑하는 거

 

 

밤이면 밤마다

금줄 뻗치는 별빛을

지하로 지하로 부어내림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

 

 

보아라

 

 

지순무구(至純無垢0

나무들이 사랑을 보아라

머잖아 잎은 떨어지고

가지는 남게 될 일을

이들은 알고 있어

알고 있는 깊이만큼

사랑하고 있어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우들 그림자 / 오남희  (0) 2019.08.02
난 어떡하지 / 박덕규  (0) 2019.08.01
창포원에 가면 / 박인수  (0) 2019.07.30
부레 옥잠화 / 화운 임승진  (0) 2019.07.29
옛날 할머니 / 박덕규   (0) 2019.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