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美學)
요즘 나는 걸음이 많이 느리다. 재작년 무릅을 수술했던
영향도 있지만 나 자신이 천천히 걸으려는 의지가 더 크
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걸음이 빨라 사람들이 쫓아오기 힘들다는 소리
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많이
보려한다. 그렇게 천천히 걷다보니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 온다.
가령 들고양이들의 예쁜짓 하는 모습이라든가 새들의
울음소리에도 귀를 기우리게 된다. 예전엔 보이지 않
던 것들이 환하게 눈에 모두 들어 오는 것이다.
이게 느림의 미학인가보다. 보이지 않던 것들의 보임
은 분명 느림에서 얻어진 수확물인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