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아이러니
실내가 더워 베란다로 나오니 바람이 답답했던
마음을 시원하게 하여준다.
하늘은 흐릿한데 엷은 구름에 가려 달이 제 빛
을 잃고 있다.
이때 바람에 실려 비릿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
한다. 건너편 산에 피어 있는 밤꽃의 향이다.
마치 사내의 정액 냄새 같아서 과부가 밤나무
밑을 지날 때 그리 좋아 한다는 향이다.
그러나 나는 밤꽃의 비릿한 향을 그리 좋아 하
지 않는다.
꽃도 아름답지 못하고 향도 매력적이지 않은
밤꽃 그러나 밤의 영양가는 좋으니 이것도 자
연의 아이러니가 아닐런지.
뚝백이보다 장맛이라더니 밤이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