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물푸레나무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5. 23. 22:54

물푸레나무 / 오남희

 

 

겨울의 전령들이 밀려나고

봄이라는 계절이 산야에 채알을 치면

 

 

무서리에 생을 다한 어미 풀잎들

새싹들 봄 속으로 밀어 올리고

마지막 생을 마무리한다

 

 

옹이를 곧추세우던 추위도

갈기를 세우던 바람도

연자매를 돌리던 나목들도

미끄러지듯 푸른 봄 속으로 안긴다

 

 

계절이 푸름의 음계로 나팔 부를 때

봄을 서서히 빨아드리는 물푸레나무

그제서야 씨눈이 바람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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