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장롱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12. 25. 21:09

장롱 / 오남희

 

 

새들이 둥지를 틀고 물결 잔잔한

나룻배와 물고기 신선들이

푸른 숨결로 눈을 밝게 해 주는 자개 문양들

 

 

허공에서 쏟아지는 하늘 폭포가

숲을 휘저으며 천리를 휘날리면

고라니 사슴들은 쉴 곳을 찾아 달린다

 

 

한때는 신혼의 단 꿈에 젖어

내 삶을 성장시킨 손때 묻은 장롱과

사십여 년의 동거가 끝나는 이별이 서럽다

 

 

어머니 아버지 맏딸의 사랑이

구석구석 배어있는 세월의 갈증

 

 

부모님의 땀과 눈물 젊은 날의

그리움이 담긴 문턱을 넘지 못하고

털털거린 하차장에서

만신창이 되어 실려 가는 유기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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