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통학로의 철길 / 오남희

운우(雲雨) 2018. 12. 3. 18:23

통학로의 철길 / 오남희

 

 

하얀 눈이 가볍게

까마득하게 긴 평행선을 돈다

삼촌과 중이짜리 숙질

눈물의 피사체

 

 

긴 철로에 앉아

새타령에 시간을 잊고

흥취에 젖어 마음 속에서 빨갛게

꽃불이 잃었던 하굣길

 

 

구름이 휘몰아친 어느 날

한치 앞을 모르는 길로

삼촌은 사라졌다

심장이 찢긴 그리움의 미로

 

 

쓰린 피눈물로

채색된 하얀 철길 위엔

속절없이 녹아든 시간 속에서

몇 십 년이 흐른 지금도

스쳐가는 바람이 윙윙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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