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하루 일상

운우(雲雨) 2012. 2. 11. 17:03

 

저녁무렵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지하철을 탔다.

꽤 긴 거리를 달려 지하를 벗어나니 차창 밖은 어느새 어둠이 깃들어 있다.

도착역에 내려 버스를 갈아 타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바람이 제법 차다.

허긴 낮에 간간이 눈을 뿌리더니 저녁이 되며 바람과 함께 기온이 더 내려간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인파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밀려 있다.

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타고갈 버스를 찾아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모습이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내가 타고갈 버스가 들어 오고 있다.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우~ 하고 밀린다.

비좁은 틈새를 비비고 들어가 간신히 차를 타는데 성공해 서서갈 자리지만

내 한 몸 의탁할 공간을 확보했다.

이미 거리는 어둠에 잠기고 상점의 윈도우에는 환하게 불이 들어와 어둠을

밝히고 있다.

집으로 점점 가까와 올수록 버스 안에도 자리가 비워지기 시작한다.

나는 비워진 자리를 찾아 자리에 앉는다.

천(川)을 건너고 학교 건물이 차창에 나타난다.

또 교회의 높은 탑에 빨간 불의 십자가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그리고 마침내 집 앞의 정거장에 도착을 했다.

차에서 내리니 찬바람이 몸을 엄습한다.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 본다.

실로 얼마만에 보는 밤하늘인지 모른다.

그간 하늘에 별이 떴는지도 모르고 살았으니까.

어릴적 여름밤 집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워 올려다본 하늘의 별은 기라성 같았다.

오늘은 그때처럼 기라성 같은 별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별을 보니 반갑고 웬지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잠시 고개만 들면 언제든 볼 수 있는 별이건만 무엇이 그리 바빠 고개 한 번 하늘을

향하지 못했던가 하는 자괴감이 밀려 왔다.

무엇을 찾고자 숨돌릴 여유도 없이 살아왔단 말인가?

그래서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인가?

병든 몸과 일그러진 자화상, 그리고 상처뿐인 마음뿐이다.

이젠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며 그 옛날 어린 시절 별을 보며 품어 보았던 꿈들을 

하나 하나 정리해 보는 여유쯤은 가져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