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비
청명에 비가 내린다.
무너지려는 둑을 가래로 정리하고 농사 준비를
하는 절기에 비가 내린다.
어제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농사철은 다되어 가는데 비가 내리지 않아 저
수지 바닥이 말라서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
다는 것이었다.
허긴 겨울이래야 눈이라도 시원히 내린 적이
없으니 저수지가 마를 법도 할 것이다.
그런데 청명에 맞춰 오늘 비가 내린다.
내일도 비가 주룩주룩 내려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저수지에 물이라도 그득 채워 주었으
면 좋겠다.
비야 주룩주룩 내려라.
모든 생명들이 비를 흠씬 머금고 덩실 덩실
춤추게 비야 내려라.
내 가슴이 후련하도록 생명의 비야 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