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발을 하던 날

운우(雲雨) 2015. 11. 10. 18:36

오늘 머리가 좀 길다는 생각이 들어 이발을 하러 나갔다.

전에는 동네 이발관에서 이발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불만이 많았다.

때론 블루클럽이란 곳에서 머리를 다듬기도 했지만 여자 애들이 하

는 이발이라 영 마음에 들지를 않았었다.

그런데 잘 아는 지인이 종로에 가서 이발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싸기도 하고 이발사들이 나이가 든 사람들이라 이발도 잘한다는 것

이었다.

허긴 나이가 든 사람들이라면 옛날 이발사들이라 이발은 잘 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회사 동료들이 베트남 여행을 가서 회사가 금요일까지

사무실을 닫는 관계로 한가해진 나는 종로로 향했다.

그곳엔 이발관이 꽤 많았다.

아마 종로 4가 종묘에 놀러 나온 노인들을 상대로 이발을 하는 것

같았다.

노인들이 돈이 없으니 싼값에 이발을 하는 것이다.

머리만 컷트 하는데 3500원, 거기에 머리를 감으면 500원을 더 받

았다.

그래도 도합 4.000원이다.

이발을 해보니 나이가 든 사람들이라 역시 머리를 만지는데 노련

했다.

싸게 깎으면서도 이렇게 깎으라 저렇게 깎으라 잔소리 하는 사람

들도 있었다.

나는 너무 이발비를 싸게 받아서 어떻게 깎아 달라 말하는 것도

미안 할 것 같아 아무 말도 않고 깎아 주는대로 있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아도 70대가 훨씬 넘은 것 같은 이발사는 노련한

실력으로 마음에 들게 머리를 깎고 있었다.

머리를 깎으며 경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일하는 모든 분들이

40년에서 50년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노련할 수 밖에~

그러나 그것 보다는 노인들이 그 나이에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싼값에 이발을 하니 손님들은 넘쳐났다.

나이는 들었어도 잽싸게 손을 놀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았다.

누가 말하길 죽을 때까지 일을 하다 죽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

라는 말이 떠오름은 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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