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나그네

운우(雲雨) 2011. 10. 4. 15:49

오랜만에 남산에 올랐다.

90년대에 올라 봤으니 10년도 훨씬 넘어 남산을 찾은 것 같다.

남산을 지척에 두고도 10여 년이란 세월 동안 왜 한 번도 오르지 못했을까?

이런저런 핑게를 대면 물론 이유야 있겠지만 사실 남산이 지척에 있으니 아무

 때 가도 된다는 쉬운 생각 때문이었으리라.

사실 63빌딩이나 서울에 고궁이 있어도 쉽게 가지지 않는게 사실이다.

멀리 있는 산이나 관광지에는 가봤어도 근교의 산들과 명소에는 가보지 않은

곳이 꽤나 있다.

우선 63빌딩만 해도 가보질 못했고 용인에 있다는 에버랜드에도 못가봤다.

그러니 남산엘 10 여년이 흐른 후 올랐다는 것은 당연한 노릇인지 모른다.

오랜만에 오른 남산은 아직 9월의 하순이라 그런지 추색으로 물들어 있지는

않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가을의 정취는 배어 있었다.

바람에 떨어져 구르는 낙엽과 스산하게 불어 오는 바람은 가을이라 말하지

않아도 가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낙엽 하나가 팔랑이며 떨어져  스산한 바람에

떼굴떼굴 구른다.

별안간 고독이 밀려온다.

마치 내가 낙엽이 되어 어디론가 한없이 굴러가는 것 같다.

남산을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버스를 탔다.

내가 버스를 타고 와 내린 곳은 덕수궁 앞이었다.

덕수궁 돌담길 옆을 걷고 싶었다.

덕수궁 돌담길의 나목에도 아직은 추색이 물들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을이어서 그런지 지나는 사람들이 쓸쓸해 보인다.

마침 길 옆으로 구한말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구한말 시절의 사진을 보니 지금의 서울과 비교해 너무 초라해 보인다.

동대문 성밖 풍경이 사뭇 낯선 모습으로 다가 온다.

성밖으로는 온통 산이고 인가는 아무 것도 없다.

서대문 쪽도 마찬가지다.

독립문을 지나면 무악재 고개도 위로는 온통 산으로 뒤덮여 있다.

너무도 낯선 풍경들이다.

지금의 서울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돌담길을 한바퀴 돌고 오니 덕수궁 정문 앞에선 외국 관광객들을 위하여 옛날 복장을

한 수문장들의 교대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대식이 끝나자 외국인들은 수문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시간이 따로 주어지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중국인과 일본인들이었고 백인들이 약간 섞여 있었다.

나는 그들이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을 뒤로하고 서울 도심 속의 나그네가 되어 가을 속을 쓸쓸히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