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귀뚜라미 우는 밤이면

운우(雲雨) 2011. 6. 21. 23:43

 


금년 여름의 피서 철도 거의 끝나가는 것 같다.

요즈음 비가 계속해 내리더니 아침과 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방에만 쳐 박혀 글을 쓰다 보니 날씨가 어떤지 관심이 별로 없다

밖에 나가 오랜만에 여름밤의 별이나 보려고 나갔더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비가 오는 밤이라 하늘은 칠흑 같은 색깔인데 빗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벌레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가만히 귀 기울이고 들어보니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다.

아~ 어쩌면 저 벌레들은 계절을 어떻게 저렇게도 귀신같이 알고 찾아

오는가.

무슨 슬픈 사연이 있길 래 이 비오는 밤에 저 귀뚜라미는 청승스럽게

울고 있는 것일까.

문득 어렸을 적 부르던 동요 한 구절이 생각이 난다.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멀리 떠나간 동무가 그리워져요.

 

정답게 손잡고 뛰놀던 내 동무

 

그곳에도 지금 귀뚜린 울고 있을까


8월이 가고 9월이 오면 제법 한낮엔 따끈하게 햇볕이 내려쬐어

덥기는 하지만 저녁이 되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귀뚜라미는

가을밤의 적막을 깨트리며 슬피 울어댄다.

그러면 정말 왠지 그동안 내 곁을 스쳐 지나간 동무들이 그리워

진다.

어릴 적 함께 소꿉친구로 지냈던 동무가 있는가 하면 학교 때

친구가 생각나고 군 시절 절친했던 전우가 생각 나는가하면

바람처럼 한 때를 스쳐 지나간 동무들이 생각나기도 하는 것이다.

달 밝은 가을밤이면 섬 뜰의 귀뚜라미 소리에 더욱 지나간 추억을

더듬게 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도가 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어느 곳이고 아파트가 들어차 귀뚜라미가 서식할 곳이

마땅치 않고 또 귀뚜라미가 있다하여 울음소리가 들려도 예전과

같은 정적인 분위기가 연출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시골에 가 봐도 내가 살았던 시절의 분위기는 그 어느 곳에

서도 찾을 길이 없다.

시골이라는 곳에도 슬라브 집이 아니면 이미 아파트가 모두 지어져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서정적인 분위기는 예전에 이미 사라졌듯이 서정적 소리를

내어주고 느끼게 해주던 벌레들의 안식처도 사라졌으니 어디에서

그런 소리를 들으며 느끼겠는가.

그런 분위기에서는 설혹 가을밤을 밝혀줄 귀뚜라미의 소리가 들린다

할지라도 예전 우리가 느꼈던 아름다운 소리로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조용한 산사에서 듣는 종소리와 대도시에서 듣는 종소리가 틀리듯이

그 소리도 틀리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분명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여준 것은 사실이나

자연친화적인 인간인 사람들에게는 분명 자연과는 동떨어져 살게 한

과오도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사람이 만든 기계 위에서 편리함을 누리며

사는 게 진정한 삶의 방식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과 같이 공기 오염 없는 세상에서 맑은 공기와 더불어 이 가을

밤이면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귀뚜라미 우는 밤에는 멀리 떠나간

동무도 한번쯤은 생각하며 사는 게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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