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소년 시절의 기억

운우(雲雨) 2011. 6. 21. 23:30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기억을 말하라면 유년 시절부터 소년기까지의

기억이 머리에 가장 뚜렷하게 남아 있으며 그 추억이 제일 소중한 것 같다.

요즈음 글을 쓸려면 기억 저편에 내장 되어 있는 그 어린날의 기억으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소년기를 지난 청년기의 기억은 나에겐 그리 소중하게 와 닫지를 않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학교길은 산길로 십여리를 걸어야만 했었다.

그 산길에는 지금 이 나이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아름다운 동화 같은 기쁜

기억과 아픈 기억이 함께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등교길에도 산길을 헤메고 다니며 새집도 맞고 산삐리기도 뽑아먹고 송화도

따서 먹기도 했었다.

특히 봄이면 피어나는 소나무의 송화는 배가 고팠던 우리들에겐 달콤한 맛이

때론 입맛을 내게 해주기도 했던 것 같다.

산길에는 우리에게 먹거리를 제공해 주는 많은 것들이 있었다는 기억이다.

지금 말하자면 산과 들에서 자연적으로 생성 되는 무공해 식품이리라.

봄이면 진달래 만발한 산에서 진달래꽃 따서 한입 가득히 넣고 오물오물 씹으면

약간은 달척지근하고 약간은 쌉싸름한 맛이 괜찮아 많이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이었다.

그날은 학교에서 늦게 파한 날이었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은 십여리를 걸어 집에 오는 우리를 충분히 지치게 했다.

점심도 굶어 허기진 우리는 산길을 걸으며 먹거리가 없나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을 때였다.

뚝방에 새빨갛게 익은 딸기가 탐스럽게 달려 있지 않은가.

"와~ 딸기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누가 더 많이 따 먹을세라 딸기 따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때 한 친구가

"앗~ 따가워 !"

다른 친구가 딸기 덩쿨 속을 가리키며

"야~ 저기 땡삐다."

비명을 지르며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한다.

정말 딸기 덩쿨 속에서 까맣게 땡삐가 기어나오기 시작해 우리 일행을 마구 공격

하기 시작을 한다.

걸음아 날 살려라 죽을 힘을 다해 도망을 쳤지만 지독한 땡삐는 악착 같이 날아와

우리 일행을 무자비하게 공격을 한다.

딸기는 몇개 따먹지도 못한채 땡삐에게 공격을 당하고 혼비백산해 쫓겨와 얼굴을

보니 얼굴도 몸도 퉁퉁 부어 있었다.

쓰리고 아팠지만 얼굴들을 보니 부어 있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온다.

장독대에서 된장을 퍼다가 쏘인 부분을 바르고 있자니 약이 오른다.

분명 길옆에 잘 익은 딸기가 그대로 있다는건 무언가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이란걸

배가 고팠던 우리들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몇일 지나자 얼굴에 부기도 빠지고 하자 우리는 땡삐에게 복수를

해야 하겠다는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소의 여물을 만들기 위하여 쌓아 놓은 집단이 필요했다.

그리고 긴팔 옷을 준비하고 삼베로 얼굴을 뒤집어 쓰기로 하였다.

그곳에 도착을 하자 집단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부치니 잘도 탄다.

불붙은 집단을 땡삐굴에 대고 마구 불을 때기 시작하니 땡벌이

나오다 날개가 타 없어져 기어 나오는 놈이 있는가 하면 타 죽는 놈이 태반이다.

다 태우고 나니 굴이 뻥 뚫렸는데 제법 큰 굴이다.

지금 생각하면 땡삐들에겐 모된 짓을 했다는 생각이지만 당시엔

철모르던 어린 시절이기에 저질렀던 에피소드란 생각이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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