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 가을 삶을 돌아보며....

운우(雲雨) 2014. 10. 27. 08:04

10월이 가고 있다.

집 언덕배기를 오르며 보았던 대추나무의 대추도 붉게 물들더니 어느새 종적을 감춘지도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오늘은 건물 뒤의 감나무를 유심히 돌아보았다.

감이 작년에 비해 적게 열려 드문드문 보이지만 나뭇잎은 가뭇가뭇하게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가을이라고 말하고 있었고 누런 황금색으로 익어 가고 있는 감이 가을은 황금의 계절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느새 주변의 잡초들은 누런 모습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길옆에 싱싱하게 피어있던 꽃들마저도 가을 서리를 맞은 듯 시들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이란 풍요의 상징처럼 느껴지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종말을 알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밤에 풀 섶에서 우는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슬프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들도 올해를 살고 다음 해를 위하여 알을 낳고 자신들의 씨를 번식시키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였을 것이다.

허나 자신의 몸을 살라 새끼를 낳고 죽어 가는 것들은 벌레나 짐승들뿐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말 못하는 미물이지만 이 가을밤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리는 것은 얼마 후 필연적으로 떠나야만 하는 것을 슬퍼하는 그들만의 언어일 것이기 때문인 것이다.

왜 벌레들만이 떠나는 것을 슬퍼하겠는가?

앞에서 서술했듯이 감나무의 잎이 자신이 태어나 살았던 정든 가지를 떠나는 것도 슬픈 일이고 누런빛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감나무의 열매인 감도 가지를 떠나는 것이 슬플 것이다.

하물며 생각을 하고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을 언어로 표현 할 줄 아는 인간이 자신이 떠나야할 때를 알며 어찌 슬퍼하지 않겠는가?

이제 11월이 오고 찬바람은 모질게 불어올 것이다.

가지에 붙어 있고 싶어도 배겨날 수 있는 재주가 없는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다고 하잖았던가?

11월의 모진 바람은 사람을 데리러 온다는 저승사자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가을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이 이제 다른 곳을 향하여 떠나야 하는 이별의 계절인 것이다.

신은 일찍이 계절을 통하여 사람의 삶의 궤적을 실물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왔으면 언젠가는 떠날 줄을 알고 슬퍼하기 전에 마땅히 사람이 행할 행동이 무엇인가를 알고 사람답게 살다 가야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은 계절이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금  (0) 2015.03.30
또 한 해를 보내며....  (0) 2014.12.12
박태환은 반짝 거리는 보석이었다.  (0) 2014.10.12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  (0) 2014.09.23
여름밤의 막걸리 파티  (0)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