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삶의 가치관에 대하여

운우(雲雨) 2011. 6. 21. 23:29

 

삶의 가치관에 대하여/ 雲雨/ 奉弼鉉 

 

한 3년 전이다.

친구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걸려왔다.

“야~ 급한데 고대병원으로 좀 와줘야겠다”

“아니 밑도 끝도 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영문을 몰라 그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형이 별안간 죽었는데 지금 시체가 건대 민중 병원에 안치되어 있어서 빨리 시체를 찾아서 고대병원으로 옮겨야 돼”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의 형은 착하게 살았던 사람 같았다.

그런데 친구에게 보증을 잘못 서주어 사채업자들에게 무수한 협박과 폭행도 당했던 모양이다. 그 후유증으로 인하여 그는 병을 얻게 되어 폐인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물론 그 돈은 나의 친구가 모두 갚아주고 형을 자유롭게 하였지만 이미 늦은 듯 했다.

그의 형은 병이 심하여지기 전에 고려대학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에 아무도 모르게 자신이 죽으면 시신을 병원에 실험용으로 기증을 하기로 서명을 한 모양이었다.

그가 별안간 쓰러지고 건대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그 말을 한 것이었다.

“내가 죽으면 고대병원에 알려다오, 그곳에 내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다. 아마 시신을 기증한 사람에게는 장례를 무상으로 치러준다 하니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 내가 죽어 내 시신이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실험용으로 쓰여 진다니 얼마나 좋은 일이냐, 죽어서도 좋은 일을 하며가니 얼마나 귀한 몸이고 가치 있는 일이겠니, 난 살아서 제대로 사람의 구실을 못했던 것 같다. 집사람과 아이들 고생만 시키고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자식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너한테도 못난 형이 신세만 지고 간다. 마지막으로 내 몸이라도 많은 사람들에게 난치병의 규명을 위하여 연구용으로 기증하고 가는 거니 내 뜻을 귀하게 받아다오.“

이렇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그 친구의 형은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집안에서는 형제들이 없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느냐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은 그 친구의 설득으로 죽은 형의 유지를 받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곧 고대병원에 연락을 취하여 빈소를 마련하고 민중병원에서 죽었기에 시체를 빼오는데도 절차가 복잡한 것 같았다.

물론 장례는 무사히 잘 마무리 되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느냐 하면 사람에 삶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함이다. 사람들은 암이나 불치병에 걸리면 시한부 인생이라 곧잘 말한다.

그러나 지구상에 사는 생명체들은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무한한 생명체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은 영원하게 살 것처럼 그런 사람을 동정하고 가여워한다. 다만 삶이 조금 먼저가고 나중에 감의 차이일진대 말이다. 그러나 오래살고 짧게 살고의 문제를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논하고 싶은 것은 긴 삶이었든 짧은 삶이었든 그 삶의 가치를 말해 보고자 함이다.

우리가 대학에 가면 누구나 전공과목을 선택해서 간다. 허나 실력이 부족해 자신이 선호하지도 않은 과를 선택해 간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게 되었으니 재미도 없고 어거지로 하는 공부이니 잘 될 리가 없다. 그런 사람에게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인생의 삶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진정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열심히 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후회가 없고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는 자신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렸으니 자신이 제일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목사나 신부는 죽어가는 영혼들을 자신들이 영생으로 인도 하였다며 자신들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할 것이다.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법관은 법관대로 자신들이 최고의 가치 있는 삶을 살았노라고 궤변을 늘어놓을 것이다.

친구의 형!

세상을 떠날 때 비록 그의 전 생애를 통해서는 가치 있는 삶을 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시신을 인류의 병 퇴치를 위하여 기증하고 떠난 친구의 형도 어쩌면 짧은 순간의 생각이었지만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살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몸을 인류의 병 퇴치를 위하여 주고 갔으니 정녕 뜻있는 삶을 살다간 것이라는 생각이 듦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출처 : 한 알의 밀알이.....
글쓴이 : 운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