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상고사

제5장 삼조선(三朝鮮) 붕괴의 원인과 결과

운우(雲雨) 2014. 6. 30. 07:16

1, 삼신설(三神說)의 파탄

 

 

본편 제 2, 3, 4의 3개 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신>. <말>. <불> 삼조선이 이렇게 동시에 붕괴하게 된 것은 무슨 까닭인가?

(一) 삼한(三韓)은 원래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의 삼신설(三神說)에 의하여 인민들이, <말한>은 천신(天神)의 대표, <불한>은 지신(地神>의 대표, <신한>은 하늘(天)보다 높고 땅(地)보다 큰 우주 유일신(唯一神)의 대표로서 신앙하여 왔었다. 그러다가 <말>. <불> 양한이 <신한>에 반기를 들고 각기 <신한>이라 자칭하여 삼대왕(三代王)이 병립하여 지력(智力)으로 지위를 획득하였다. 이렇게 되자 일반인들은, 계급은 자연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힘만 있으면 파괴할 수도 있고 건설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삼신설(三神說)에 대하여도 회의를 품기에 이르렀는데, 이것이 그 원인이다.

 

(二) 역대의 삼한이, 단지 삼신(三神)의 미신으로써만 인심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매번 외구(外寇)를 물리치고 국토를 확대하여 천하가 다 그 위령에 두려워 떨게 하더니, 이제 삼국(三國)의 <신한(=王)>들이 흉노와 중국의 거듭된 침략에 저항하지 못하여 국토가 많이 깎여나가게 되자, 이에 일반인들은 제왕(帝王)도 사람(人)의 아들이지 하늘(天)의 아들이 아니므로 그의 성패와 흥망도 범인들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삼 <한>의 신엄(神嚴)을 부인하기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것이 그 붕괴의 가까운 원인이다.

이처럼 삼신설(三神說)의 기초 위에 세워진 삼 <한>인즉, 삼신설의 파탄이 생긴 이후에야 어찌 붕괴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열국(列國)의 분립

 

 

삼신설(三神說)에 파탄이 생기고 삼 <한>에 대한 신앙이 추락되, 이는 확실히 조선에 유사(有史) 이래의 일대 변국(變國)을 초래하였다. 그러므로 일부 인민들이 신인(神人)과 영웅(英雄)들의 허위를 깨닫고 왕왕 자치촌(自治村), 자치계(自治溪)와 같은 것을 설립하여 민중의 힘으로 민중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시험하였다.

이에 대한 기록에 보이는 증적(證迹)은 진한부(辰韓部) 변한부(卞韓部) 같은 것이 그, 일종이고, 그 이외에도 사책(史冊)에 누락된 그와 유사한 시도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신을 타파하여 우주문제, 인생문제 등을 진정하게 해결한 학설이 없었으며, 사방 이웃들에는 조선보다 문화가 저급한 예(濊). 선비. 흉노. 왜(倭) 등 야만족들만 있어서 진화에 보조(輔助)해 줄 친구가 없었으며, 중국은 비록 구원(久遠)한 문화를 가졌으나 거의 군권(君權)을 옹호하는 사상(思想)과 학설(學說)뿐이었는지라, 그 문자(文字)의 수입이 도리어 민중의 진보를 방해하였기 때문에 민중의 지력(智力)은 유치하고 구세력의 뿌리는 깊고 두터웠다.

이에 제왕의 후예들은 조상 전래의 지위를 회복하려 하였고, 민간의 효웅(梟雄)들은 사회의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려고 하였는데, 소국(小國)은 대국(大國)되기를 희망하였고, 대국은 더욱 강토를 확장하려고 하면서 혹은 <신수두님>(大壇君-원주)이라 칭하고, 혹은 <신한>(辰韓-원주)이라 칭하고, 혹은 <말한>(麻立干-원주)이라 칭하고, 혹은 <불구래>(弗矩內-원주)라 칭하고, 혹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운운하고, 혹은 태양의 정기로 태어났다 운운하고 혹은 알에서 나왔다고 운운하면서 전통적 미신 세력에 의거하여 민중을 유혹하거나 위협하자, 미약한 민중 세력의 새싹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의 자치단체는 그 정복을 받아 스스로 소멸해버렸으며, 세력 쟁탈의 전란이 사방에서 일어나 열국쟁운(列國爭雄) 시대를 형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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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漢拏山)은 몽고어로 <저 멀리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검푸른 산>이란 뜻이다.-

 

옮긴이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고대사 전공자들에게 우리 고대사의 몇 가지 명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옮긴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몽고족 출신의 한 인사가 중국 심양의 요령민족출판사에서 <몽고경전>의 한역(漢譯) 편집을 맡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고대 몽고어를 전공한 학자이다.

하루는 그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그 자리에는 북경대학에서 현대 몽고어를 가르치는 교수 한 분도 동석하였다.

그날 저녁 식사 후에 우리는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북경대학의 몽고어과 교수가 부르는 몽고어 노래 가사에서 “할라”라는 단어가 자주 나왔다. 평소 제주도의 “한라산(漢拏山)”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궁금하게 여겨왔던 나는 노래가 끝난 후 노래 가사에 나오는 “한라”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그의 대답인즉, “저 멀리 구름 위로 우뚝 솟아 있는 검푸른 산”이라는 것이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 때 몽고인들이 말을 기르던 곳이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우리는 노래 부르기를 그만두고 몽고어와 우리말의 음과 뜻이 같거나 비슷한 단어 찾기에 나섰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우리 고대사의 명칭들 가운데 평소 그 뜻을 궁금하게 여겨 왔던 것과 같은 음의 몽고어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 첫째가 신라 시조 박혁거세(朴赫居世)의 왕호인 <거서간(居西干)>이었다. 내가, “거서간”“쥐시간((居西干의 중국 발음)”을 반복해서 말하자, 나의 친구가 손짓을 하여 말을 중단시키고, 몽고 고대어에 그와 비슷한 음(音)의 단어를 생각해 내었다고 하였다. 기대에 부푼 내가 그 뜻을 묻자, 그가 말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그 중에서 한 사람을 대표로 뽑을 때, 그 대표로 뽑힌 사람을 쥐시간(居西干)이라고 하였다.”<거서간(居西干)>을 <귀인을 부르는 호칭>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삼국사기>의 주석보다 훨씬 명쾌하였다.

그 다음으로 알아낸 것은 <마립간(麻立干)>이었다. “마립간”과 “마리간(麻立干의 중국 발음)”을 되풀이 하는 나에게 말을 멈추라고 하면서 그가 설명하였다. 몽고 고대어에 우리말 <마립간>과 비슷한 음을 가진 단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왕>, <명실상부한 권력자로서의 왕>이란 뜻의 단어라고 하였다. 신라왕의 칭호가 <니사금(尼篩今)>에서 <마립간(麻立干)>으로 바뀐 시기는 신라의 왕권이 확립된 시기와 일치하는바, <마립간>을 <말뚝을 왕의 칭호로 사용했다>는 <삼국사기> 주석의 설명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알아낸 것은 연개소문의 직위인 <막리지(莫離支)>였다. “막리지”와 “모리즈(莫離支의 중국 발음)”를 되풀이하는 나를 손짓해서 멈추고 그가 말해준 고대 몽고어는 <모글리지>라는 음의 단어로서, 왕 밑에서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을 행사하는 수석 대신(大臣)으로서, 현대에서 그 예를 찾는다면, <국무총리>와 비슷한 것이라고 하였다.

 

본서에서 저자가 말한 바 이두문자(吏讀文字)를 통한 해석과 함께 몽고 고대어를 통한 해석 두 가지 방법을 같이 이용한다면 우리 고대사와 관련된 인명, 관직명, 지명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참고가 될 것이다. 우리 고대사 전공 학자들에게 옮긴이의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우리 고대사의 한. 몽 공동연구를 건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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