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버지! / 장귀녀

운우(雲雨) 2022. 5. 16. 09:22

아버지! / 장귀녀

 

아버지!

오늘 아침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게 열린 하늘이 

바늘 끝이라도 닿으면 쨍 소리 울릴 듯한 

이렇게 쾌청하고 상큼한 날

겨울을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서

곱게 물든 단풍이 

이리도 아름답건만 

세천사마을의 가을은 황폐하고 스산하여

인적이 끊겨가고 있습니다.

 

아버지!

이 동네 사람들이

아버지의 사업에 관심과 열정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열정 속에서 

행여나 십자가의 순결함 외에 

자신을 위한 불순한 찌꺼기가 하나라도 나ㅑㅁ아있다면

기꺼이 내버릴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소서

 

아버지!

이 동네를 소생시켜 주소서.

이 동네 주민들로 하여금 

위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주님의 모습만을 따라하게 하소서 

 

하찮아 보이는 어린아이의 말조차 

귀기울이셨지 입 봉하도록 명하시거나

가로채지 않으셨나이다.

하온데,

남의 말을 함부로 막는 것은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라는

주님의 정신을 따름이 아니오니

더 이상 그런 일도 있지 말게 하시고

서로의 생각이 다르지만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어 

만나는 곳은 십자가이게 하시고

온전히 위로부터 아래까지

마음을 모두어

십자가의 보혈로 적셔진 정의와 열정만이

이곳에 마음껏 넘치게 하소서

 

이제는

그리스도의 향기만이 가득하여

찾는 이의 발걸음이 

계속하여 그리워하게 될 

투명하고 아름다운

하늘나라 마을 닮은 자유와 평화가 넘치는

세천사마을 되게 하소서!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 장귀녀  (0) 2022.05.23
겨울 감자꽃 / 박덕규  (0) 2022.05.19
해쑥 / 박덕규  (0) 2022.05.12
성소 건설 / 장귀녀  (0) 2022.05.09
첫눈 / 박덕규  (0)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