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무정
정겨웠던 옛 모습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휑하니 텅 빈 집들, 인적이 끊긴 마을 온기
마져 사라졌다.
옛날 내가 걷던 길 어디로 흔적도 없이 사
라지고 모두가 새로난 낯선 일일 뿐이다.
어린 몸 물지게 지고 다니던 세물뿌리 우
물도 흔적만 남아 옛일만 기억케 한다.
문득 야은 길재의 시조 한 수가 떠오른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텅빈 고향 집들의 풍경을 보며 느낀 내 마
음이 길재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