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와 정원사

운우(雲雨) 2020. 5. 6. 08:03

나무와 정원사

 

 

나무야!

남편이 나긋이 아내를 부른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철 따라 고운 잎 드리우라 하고

마른 날 불벼락 떨어지거나

청청한 오후 소낙비 쏟아지더라도

미소 지어야 하고 울음을 참아야 한다

어지러운 일상에서 지쳐 비틀거려도

거친 세파에 쉬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목마를 때마다 다디단 열매를 기대하며

언제라도 늘 푸른 그늘에서

편히 쉬 싶어 하는 욕심꾸러기 정원사

그 앞에서 나무는

하루를 천 년같이

어질고 지혜로운 수행자로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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