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정원사
나무야!
남편이 나긋이 아내를 부른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면서
철 따라 고운 잎 드리우라 하고
마른 날 불벼락 떨어지거나
청청한 오후 소낙비 쏟아지더라도
미소 지어야 하고 울음을 참아야 한다
어지러운 일상에서 지쳐 비틀거려도
거친 세파에 쉬이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목마를 때마다 다디단 열매를 기대하며
언제라도 늘 푸른 그늘에서
편히 쉬 싶어 하는 욕심꾸러기 정원사
그 앞에서 나무는
하루를 천 년같이
어질고 지혜로운 수행자로 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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