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 화운 임승진
검정 고무신 신고
맹꽁이 우는 논둑길로 학교엘 갔지
여름이면
송사리 잡느라 개울물에 빠지고
장마로 불어난 황토 물살에
새로 산 꽃신 떠내려 보내
야단 맞을까 두려워
저물도록 집에 들어가질 못했지
밤이면
앞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반딧불보다 더 많은 별을 헤아렸네
도시의 하늘에선 그 별이 보이질 않네
고추잠자리 가을하늘 덮을 때
허수아비 늘어진 어깨 춤추고
우물가 감나무에 홍시 대롱거리면
긴 장대로 높은 하늘만 찔러댔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얘기에
눈 내리는 겨울밤은 짧기만 하고
화롯불에 밤고구마 구워 먹던 시절
모든 게 부족하고 촌스러워도
그땐 사람 사는 맛이 있었지
말 못하고 있어도
알아서 살펴주는 인정 있었지.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랑물 / 박덕규 (0) | 2020.04.27 |
---|---|
광휘의 언덕 / 오남희 (0) | 2020.04.26 |
낙엽 밟는 구름산 / 박인수 (0) | 2020.04.23 |
돌잡이 / 박덕규 (0) | 2020.04.22 |
울둘목을 건너 / 오남희 (0) | 2020.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