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갈등 / 봉필현(석탑춘추 발표 작품 중 마지막 소절)

운우(雲雨) 2019. 8. 25. 19:07

어느 정도 원기를 회복하니 장모는 거실에 나와 TV를 보는 횟수가 많아졌다. TV를 켰는데 마침 아들이 돈을 주지 않는다 하여 부모를 무참히 망치로 때려 죽였다는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아들 좋다고 하는데 다 소용없는 일이지, 내가 딸네 집에서 15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아들들은 돈이나 달래러 오지 누구하나 나를 데려다 살겠다는 놈은 없으니 그놈들은 내가 돈으로만 보이는 모양이야. 쯧쯧쯧”

장모는 텔레비전을 보며 혼자서 탄식을 하고 있었다.

다음날 저녁이었다. 퇴근을 하니 장모가 아내와 나를 잠시 보자는 것이었다.

“내가 그동안 박서방에겐 잘못한 것이 많은 것 같아. 내가 이제 얼마나 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자네들에게 이 집을 주려고 하네. 내가 전에 물어 보니 내외가 공동등기를 하면 상속세가 훨씬 덜 나온다 하는데 그렇게 하도록 해. 이제 아이 놈들이 남은 이 집이 저희 것인 줄 알고 벌떼 같이 몰려올 것이다. 그러니 될 수 있는 한 그놈들 모르게 빨리 하도록 해라.”

장모의 말이 맞았다.

큰 처남은 장모가 건강할 때도 공공연히 자신들의 재산이라고 공언을 했었다. 그러니 장모가 확실하게 해놓지 않고 죽는다면 형제지간에 피 터지는 싸움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와 아내는 공동의 이름으로 등기를 마쳤다. 휴일이라 아이들과 편히 쉴까 했는데 큰처남이 아침 일찍 찾아 왔다. 자기 어머니가 기력이 회복되어 거실에 나와 TV를 볼 정도가 되었다는 말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 이유가 무어냐고 아내에게 묻는 것 같았다. 아내는 자신은 잘 모르고 내가 뭔가를 갖다 먹이고 나서 좋아 졌다고 하니 나에게 다시 묻는 것이었다. 나는 숨길 이유가 없어서 선배가 나에게 가르쳐 준대로 말했다. 그 약이란 것이 식물을 채집해 발효를 시킨 것이었기 때문이다. 큰처남은 당장 나와 들로 나가자고 재촉했다. 들에는 그 풀이 흔하게 널려 있었다. 선배가 시킨 방법대로 그 풀을 뜯어다 발효를 시켰다. 몇 개월이 지나 발효가 되어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아껴 먹었던 선배가 준 발효액이 떨어져 가기 시작 했다. 마침 큰처남과 뜯어다 담근 발효액을 꺼낼 시간이 되었다. 마침 큰처남이 왔기에 발효액을 꺼내어 짜자고 하였다. 그러나 큰처남의 표정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전에 풀을 뜯으러 가자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거 우리 엄마 먹이지 않는 게 좋겠어. 내가 더 좋은 것을 구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그거 갔다 버리도록 해.”

“형님 더 좋은 것이 있었으면 진즉에 드리지 그랬습니까?”

“흥, 너희들 나 가지고 놀았지? 어느새 엄마를 꼬드겨서 이 집 등기를 공동으로 했더구먼. 저 계집애가 엄마를 홀렸나 자네가 홀렸나?”

그 소리를 들은 아내가 한마디 했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엄마 15년이 넘게 모셨어, 저 사람과 나 이집 받을 만 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야. 오빤 그동안 올케 언니 눈치만 보면서 한번이라도 엄마 모신다고 말 한적 있었어.”

“그래서 너희들이 이 집을 가지려고 엄마를 모신거구나. 그렇게 속을 차리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으니....”

그때 큰소리에 놀란 장모가 나왔다.

“무슨 일이야. 왜 또 트집이야? 이 집 때문이냐. 이 집은 너희 아버지 계실 때 이미 네 동생 주기로 하고 장만한 집이였어. 너희들은 25년 전에 이미 받아 갔잖아. 아마 그때 2억 5천 받아 갔으니 지금 돈으로 따진다면 2십5억도 넘을 거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더니 그렇게 많은 돈 다 어떻게 하고 이걸 넘봐. 벼룩이 간을 빼먹지.”

큰처남은 자기 어머니를 화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오늘 꺼내어 짜기로 한 발효액 항아리를 발로 걷어 차버리고는

“내가 미쳤지 아들보다 딸년과 사위 놈만 위하는 저런 노인네를 위하여 이런 걸 만들다니 에이~”

하고는 장모를 잠시 쏘아보더니 휭 하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항아리가 넘어지며 깨져 버리자 발효액이 쏟아져 바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저저저놈, 저노움이....”

하며 장모가 옆으로 비스듬이 쓰러지고 있었다.

_ 끝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