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우(雲雨)의 소설

도시의 동키호태 3 중 일부

운우(雲雨) 2018. 2. 3. 21:32

 

 

도시의 동키호태 3 중 일부

 

원래 고금석은 지독한 돈 벌레라 쓸 줄도 모르고 모으는 데만 열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동안 고금석의 사채를 쓰고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닌 부지기 수였다. 얼마 전에 고금석은 서울 강북의 중심가에 있는 백두산호텔을 인수 하였다. 물론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이 급한 어음을 막기 위해 고금석의 사채를 빌려다 쓰고 갚지 못해 생긴 일이었지만 그 내막에는 고금석의 악랄한 흉계가 깔려 있었다. 그가 조직폭력배들을 동원해 백두산호텔의 돈줄을 막고 나쁜 소문을 퍼트려 손님의 발길을 끊어 놓았다. 호텔의 손님이 끊기자 자금의 압박은 더욱 가중 되었다. 그렇게 되니 돈을 갚을 길은 더욱 어려워졌다. 돈을 갚지 못하자 조폭들을 시켜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을 감금하고 호텔 기물을 부수며 협박으로 호텔을 손에 넣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을 했다. 그렇게 시달림을 받자 한병태 사장은 할 수없이 호텔을 고금석에게 넘긴다는 계약서에 강제로 서명을 하고 만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합법적인 것으로 되어 있지만 내막은 갖은 공갈과 조폭을 동원한 협박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보이질 않으니 홍명주는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의 원한에 의한 살인이 아니겠느냐는 심증이었다. 경찰 수사에서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 홍명주는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에게 의심이 간다고 진술을 했다. 그의 생각은 백두산호텔을 강제로 빼앗기다시피 했기 때문에 한병태 사장이 원한을 품고 고금석을 살해 했을 것이란 진술이었다. 경찰에서는 용의 선상에 오른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을 수배했으나 호텔을 빼앗긴 뒤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다시피 해 집을 나가 알 길이 없었고 소문에 의하면 서울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제보가 있었다. 경찰이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한병태 사장을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경찰에서 면밀한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을 수 없었고 어떠한 아리바이도 성립이 되는 것이 없었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수사는 미해결로 남겨둔 채 백두산호텔 한병태 사장은 일단 방면이 되고 수사는 종결이 되고 말았다. 그 사건 말고도 강력 사건이 너무 많아 그 사건에만 더 이상 매달릴 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사건이 종결되자 고금석의 아내는 고금석의 장례를 치른 후 사무실의 문을 닫는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물론 두 명의 직원에게는 후한 퇴직금과 그동안 노고가 많았다며 보너스까지 두둑이 주었다. 물론 홍명주도 정식 직원보다는 적었지만 꽤 많은 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 후 그녀는 고금석의 유골을 절에 안치한 후 거의 매일 같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간다는 소문이었다. 나는 향이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고 껄껄 웃으며 말했다.

“향이씨가 경찰도 못 푼 이 사건을 해결해 특종을 터트려 보고 싶은가 보군. 하하하.”

“그것보다는 우리나라에 경찰이 못 푼 미해결 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약 40%를 웃돈다고 합니다. 화성연쇄살인사건도 여직 것 미제로 남아 있는 사건이잖아요. 호태씨, 우리 이 사건 한번 해봄직 하지 않아요?”

“글쎄? 내가 수사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설탐정도 아니고 또 무엇보다도 회사 때문에 시간이 없잖아.”

“내가 한번 열심히 해 볼 테니 한번만 도와줘요. 저 꼭 특종 한번 터트려 보고 싶거든요. 뭔가 냄새가 나지 않아요? 이 사건 해결할 때까지 회사 일은 최준혁씨와 이상천씨에게 좀 맡겨 봐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것 아닌가?”

“정말이에요? 그럼 처음부터 시작하면 되잖아요. 호태씨 고마워요.”

그날로 나는 준혁과 상천에게 회사 일을 맡기고 향이와 함께 경찰이 못한 수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서울역으로 가서 한병태 사장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한병태 사장을 찾는다는 게 한강에 빠트린 조약돌을 찾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며칠을 발이 부르트도록 다녔지만 한병태 사장의 흔적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찾기에 지쳐갈 무렵이었다. 서울역 지하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상히 여겨 향이와 함께 가까이 가보니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쓰러뜨려 놓고 몰매를 때리고 있었다. 밑에 깔려 매를 맞고 있는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어 이미 실신이 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구경을 하면서도 한사람도 싸움을 말리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둘러선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 때리고 있는 사람들을 말리려했다. 그러자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힘 꽤나 쓸 것 같은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놈은 사람을 죽인 놈인데 아니라고 우겨 경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놈이란 말이외다. 저놈 때문에 우리도 계속 경찰의 주시를 받고 있어 불편한데 우리가 아무리 노숙자 신세라 하여도 사람을 죽였다는 협의를 받고 있는 저런 놈과는 같이 섞여 있을 수가 없어 쫓아내려고 하는데 반항을 해서 할 수없이 강제로 쫓아내려고 하는 중이었소?”

“혹시 저 사람이 그럼 한병태란 사람입니까?”

“한병탠진 모르나 지난번 살인 협의를 받고 경찰서에 붙들려 갔다 온 놈은 맞소.”

“그럼 한병태 사장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사람 내가 데려 가겠습니다.”

“당신은 뭐야? 그럼 이놈하고 한패거리라도 되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우린 이 사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들이 한사람에게 몰매를 해 이미 힘을 쓰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계속해 폭력을 가하는 것은 비겁한 것 아닙니까?”

그러자 아까의 덩치 큰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람이 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당신이 뭔데 된다 안 된다 하는 거야? 그렇다면 너는 성한 놈이니 네가 한번 덤벼볼래? 하하하”

“싸우겠다는 것이 아니요. 저 사람은 이미 실신상태입니다.”

“그럼 네가 덤벼봐, 임마. 이거 아주 재미있겠는데.”

그러자 주변에 빙 둘러 서 있는 사람들이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듯 싸움을 부추긴다.

“야, 덩치 집어 던져.”

“말로만 떠들지 말고 박살을 내도록 해.”

“와~ 죽여라 죽여.”

주위에서 자신을 부추기는 소리에 우쭐해진 덩치가 예고도 없이 냅다 나를 향하여 주먹을 날린다. 나는 그 덩치의 주먹을 가볍게 피했다. 이차 삼차 계속해서 주먹이 날아 왔지만 나는 가볍게 피하기만 했다. 그 덩치의 주먹은 예사 주먹은 아니었다. 주먹을 날릴 때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그렇게 피하기만 하자 덩치는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 그곳에 같이 있는 동료 중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동료들 앞에서 영 체면이 안서고 있는 것이다. 덩치는 짐승이 우는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으나 힘만 소진 될 뿐 나의 옷깃 하나 스치질 못했다. 나는 이쯤에서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가 온 힘을 다하여 주먹을 휘두를 때 고개를 숙이며 주먹을 흘려버린 뒤 보기 좋게 그의 정강이를 후려 찼다. 그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정강이를 붙들고 나뒹굴었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눈을 부릅뜨고 그의 동료들에게 모두 나에게 덤벼들라고 소리를 지른다.

“뭣들하고 있어, 모두 합세해 덤비지 않고? 한 번에 덤벼들어 저놈을 박살내 버려.”

한병태를 구타했던 사람들이 험악한 얼굴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향이가 싸움판에 뛰어들어 달려드는 사람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잠깐, 안돼요.”

“계집이 우리와 한판 해보겠다는 거야 뭐야, 무서운 줄도 모르고 계집이 날뛰고 있어. 제법 반반해서 때릴 데가 있어야지.”

그들은 예쁘장하게 생긴 향이를 우습게 알고 가볍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향이는 예전 지하철 안에서 당하기만 하던 향이가 아니었다. 그동안 무술 고단자인 나에게 준혁, 상천과 함께 8개월여를 힘들게 훈련을 받아 상당한 수준의 무술을 연마한 상태였다. 그들은 내가 보기엔 몇 명을 제외 하고는 무술 따위는 연마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나와 향이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향이의 무술이 얼마나 향상이 되었는지 보기 위해 뒤에서 공격하는 것처럼 하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었다. 다만 향이가 위험한 지경에 처하는 상황이 온다면 도울 참이었다. 그러나 향이는 자신에게 공격해 오는 무리들을 상처를 주지 않고 제압하기 위해 정강이만 공격했다. 그곳은 급소와 같은 곳이라서 한 대만 정확히 맞아도 나동그라지게 되어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안 될 것 같았는지 정강이를 맞고 쓰러진 사람들을 제하고 나머지 무리들은 모두 도망치고 말았다. 처음 덤벼들었던 덩치와 향이에게 정강이를 맞고 쓰러진 무리들이 남아 질린 얼굴로 나와 향이를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또 덤벼볼 생각 있소?”

그러자 장내가 조용해졌다. 그러자 정강이를 맞고 쓰러졌던 덩치가 일어나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며 대답했다.

“이렇게 고명하신 분인 줄 몰라 뵈었습니다. 저 사람은 살인자입니다. 지난번에 경찰서에 연행되어 갔다가 협의가 없다고 풀려나기는 했지만 저희들이 보기엔 틀림없이 저 사람이 살인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살인자라고 경찰서에 가서 사실을 털어 놓고 자수를 하라고 권했습지요. 그런데 자기는 살인자가 아니라며 핏대를 올리며 달려들어 싸우게 된 것입니다. 여럿이 구타를 한 것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럼 저 사람 이름이 한병태가 맞지요?”

“예,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사람은 내가 데려 가겠습니다. 몸이 많이 상해 일단 치료는 해야 하니까요.”

“네, 그렇게 하십시오.”

나는 그길로 향이와 함께 한 사장을 택시에 태워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향이가 이젠 무술 실력이 대단하던데, 웬만한 남자는 몇이라도 쉽게 상대하겠어. 하하하.”

“그러니까 호태씨도 날 우습게보지 말아요. 잘못하면 한번 당하는 수가 있어요. 스승보다 나은 제자도 있다는 걸 몰라요. 호호호”

“네, 조심하겠습니다. 하하하”

한사장의 몸은 상상외로 많이 상해 있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약 이틀쯤 지나니 한 사장의 상태는 많이 호전이 되었다. 오후에 향이가 오기로 되어 있어 한 사장은 푹 쉬게 내버려 두었다. 오후 4시쯤 되자 향이가 왔다.

“한사장님은 상태가 좀 어때요?”

“상당히 호전이 되었어요. 뭐 여러 가지 물어봐도 이젠 괜찮을 겁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나와 향이가 들어가니 누워 있던 한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저를 돌보아 주셔서...”

“그래도 우리에게 발견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한사장님을 보지 못했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한사장님 제가 묻는 말에 솔직히 대답해 주실 수 있지요?”

향이가 묻는 말이었다.

“그러믄요. 뭐든지 물어 보세요.”

“전 ㅇㅇ일보 사회부 기자입니다. 한사장님의 혐의도 풀고 호텔을 빼앗긴 것도 억울하잖아요. 모든 것을 저에겐 솔직하게 털어 놓으세요. 그러면 신문에 크게 기사화 되면 한사장님의 호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재수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러자 한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주먹을 쥔 손이 파르르 떤다.

한사장이 진 빚은 호텔에 쓰기 위해 진 빚이 아니었다. 한 사장은 부모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호텔을 건실하게 키워나갔다. 어느 정도 재정이 튼튼해지자 아버지가 죽기 전에 한말을 실천하기 위해 벌인 공사 대금이 조금 밀려 그것을 해결하려 고금석에게 빌린 돈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생전에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하고 번 돈으로 조그만 여인숙을 기반으로 이렇게 큰 백두산호텔을 세운 것이었다. 그는 살아생전 배우지 못한 것을 한하여 아들인 한병태에게는 자신처럼 못 배운 것에 대한 한을 남기지 말라며 배우고 싶은데 까지 마음 것 하라며 아쉬운 것 없이 밀어주었다. 그리고 죽을 때 유언으로 한 말이 돈이 없어 배우고 싶어도 못 배우는 아이들을 위하여 장학회를 만들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도 지으라는 것이었다. 그 일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도서관 지을 땅을 물색한 끝에 마땅한 장소를 구입하여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름 비수기가 오면서 돈이 융통이 되질 않았다. 그때 잘 아는 사람의 소개로 고금석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고금석이 사채업자란 걸 알았다면 그 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이자도 없이 빌려 준다하여 어떻게 남의 돈을 이자도 없이 쓰냐며 빌린 돈이었고, 큰돈이 아니었기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도 번거로워 손쉽게 빌릴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 가볍게 생각하고 빌린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돈을 가져온 후 돈을 갚으려 해도 갚을 길이 없었다. 고금석의 통장으로 넣겠다, 하여도 돈 몇 푼 안 되는걸 가지고 뭘 그렇게 못 갚아 안달이냐며 쓰고 싶은 대로 편하게 더 쓰다가 돈 생기면 갚으라며 갚을 길 조차 차단해 버렸다. 돈을 갚으러 사무실로 가면 고금석의 장부는 사무실엔 아예 없어 직원들에게 갚을 수도 없었다. 말하자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돈을 준 후 빚을 갚을 길을 차단해 버린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자 어느 때부터 고금석은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신은 뒤로 빠진 채 폭력배들을 동원해 돈을 갚으라고 하는데 빌린 돈의 몇 십 배의 돈을 요구했다. 이자가 붙었다는 것이었다. 고금석의 요구대로라면 도저히 돈을 갚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러면서 고금석은 조폭을 동원해 폭력을 가하며 강제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아무리 폭력을 가해도 한사장으로서는 도장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고금석은 강제로 한사장을 납치해 산으로 끌고 가 생매장을 시키겠다고 갖은 협박을 하며 정말로 구덩이를 파고 한사장을 파놓은 구덩이에 처박아 놓고 흙을 덮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공포에 떨던 한사장은 살려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애원한 끝에 고금석이 만들어 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만약 경찰이나 수사기관에 신고를 한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는 살해협박과 함께였다. 그렇게 도장을 찍음으로서 아버지가 피땀으로 일으켜 세운 백두산호텔은 돈 몇 푼에 고금석의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고금석을 만난 일이 없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됐고 더 이상 가족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 아무 말 없이 집은 나와 떠도는 노숙자 생활을 하게 된 것이었다.

“한사장님 정말 훌륭한 분이었군요. 고금석이란 사람이 이렇게 훌륭한 분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천벌을 받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한사장님은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 이곳에서 편히 쉬도록 하세요. 잘 될 진 모르지만 저희들이 호텔을 찾아 드리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저 감사할 다름입니다.”

한사장은 아무리 보아도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고금석이 술을 먹고 만취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굴렀단 말인가, 아니면 살해를 당한 것이라면 과연 고금석을 살

 

해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실마리가 잡히질 않는다. 경찰에서 조사한 것은 무시한 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이 사건을 푸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향이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당시의 정황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단초를 풀 수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고금석의 부인이 매일 절에 불공을 드

 

리러 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금석의 유골을 절에 봉안을 했으니 가는 것은 당연하나 소문에 의하면 고금석과 부인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은 잘 알

 

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금석이 죽고 나서 별안간 없던 정이 생겼다는 말인가? 하는 의심이 생겼다.

 

“호태씨, 그렇다면 부인이 이상하지 않아요?”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그렇다면 부인의 동태를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런 일은 준혁이나 상천이 잘 할 거야. 한번 부인의 뒤를 밟아보게 해야겠

 

어.”

 

“그건 안돼요. 내가 직접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