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고구마 / 오남희

운우(雲雨) 2019. 7. 13. 09:24

고구마 / 오남희

 

 

온기 빠져나간 찌그러진 몸

초록빛 숨결 휘감고

씨눈마다 싹을 틔우려고

혼신을 바친다

종족의 집념일까

사랑의 정념 일까

빛도 없는 지하실 옥죄인 자루 속에서

태초의 힘을 움켜쥔 실핏줄도

마른 대추 같은 숨결로

수액을 빨아들이는

날 세운 생명의 고뇌

죽음의 강을 건너온

위대한 모성은

햇볕 스며드는 창가에서

갈맷빛 여생을 실바람에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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