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 오남희
온기 빠져나간 찌그러진 몸
초록빛 숨결 휘감고
씨눈마다 싹을 틔우려고
혼신을 바친다
종족의 집념일까
사랑의 정념 일까
빛도 없는 지하실 옥죄인 자루 속에서
태초의 힘을 움켜쥔 실핏줄도
마른 대추 같은 숨결로
수액을 빨아들이는
날 세운 생명의 고뇌
죽음의 강을 건너온
위대한 모성은
햇볕 스며드는 창가에서
갈맷빛 여생을 실바람에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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