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 박인수

운우(雲雨) 2019. 3. 28. 22:50

가을 / 박인수

 

 

질퍽한 흙을 뚫고

넝쿨 뻗어 가던

고구마 줄기

이젠 첫서리

무서워

다음 세상

건너는 영혼 되고

땅속 붉은빛 결정체 되어

고개 내민다

 

 

비바람 속

고개 숙이던

벼 이삭

스쳐 지나가는

계절 흐름 따라

황금빛 들녁 만들고

가을걷이 기다린다

모닥불

쑥 향으로 수놓았던

그 긴 밤도

바람처럼 스치는 흐름 삶에

적막한 뜨락위

무서리

흘터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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